"이게 공정한 나라냐"...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입력 2020-06-23 11:43
수정 2020-06-23 14:53
文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공약 1호 사업장
22일 1902명 보안검색요원 청원경찰로 정규직 직고용
현 정부들어 9700여명 정규직 전환
"대학생 가장 가고싶은 기업인데…취준생 박탈감 어쩌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 1호 사업지로 주목을 받아 왔고 최근 1만 명에 가까운 정규직 전환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졸속으로 추진되며 대통령이 언급했던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메시지와는 전면 배치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공기업 정규직과 공기업에 취업을 준비해온 이들은 '이게 공정한 나라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 文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경쟁은?

인천공항은 22일 1,902명의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현 정부들어 인천공항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약 1만 명(9,785명)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 사회에 '공정성'에 대한 메시지로 자리매김하며 큰 울림을 줬다.

그러나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사례에서 평등과 공정, 정의, 그리고 경쟁은 모두 사라진 모습이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1,902명은 자회사가 아닌 인천공항 본사에 직고용된다. 이번 사례 직전까지 인천공항에서의 정규직 전환은 대부분 자회사 소속으로 이뤄졌다(자회사 7,642명, 직고용 241명). 일각에서는 "정규직 전환 완료 성과가 200명으로 그치면 어려우니 청와대가 직접 나서 직고용을 추진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공항은 철저한 채용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공기업인 만큼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는 물론, 국제공항의 특성상 어학성적, 어학가산점 등도 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1·2차 면접을 거쳐 최종 정규직 인원을 선발한다. 그러나 이번 정규직 전환에서는 최소한의 경쟁마저 사라진 채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정규직의 지위를 줬다.

실제 취업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오래동안 직무능력표준(NCS)와 면접을 준비했는데 허탈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르바이트로 들어가서 정규직 전환을 노렸어야 했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 文 비정규직 제로(0) 공약 한마디에…정규직 8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1호' 정책 사업장으로 꼽히며 주목받아왔다. 실제 문 대통령의 언급 이후 정규직 전환 요구가 인천공항 내부에서 빗발쳤다.

3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9,785명. 이 중 2,143명은 인천공항이 직고용하는 형태고 7,642명은 자회사 소송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기존에 인천공항의 정규직 근로자는 1,400여명이었는데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인천공항의 정규직 직원은 8배 가량 늘어났다. 이번에 직고용된 1,902명의 보안검색요원만 해도 기존의 정규직 인원보다 많은 숫자다.



● 청년들 가장 가고싶은 직장 1위…"시험만 기다리는 취준생도 있는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잘못된 일'이라고 짚을 수는 없다. 다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채용시험 등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에게 박탈감을 심어줬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게시글에서는 "인천공항을 비롯한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그만해달라"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청원인은 "인천공항은 높은 토익점수와 스펙이 보장돼야 서류통과할 수 있는 회사"라며 "비정규직 철폐 공약이 취준생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 현실이 더한다"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4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한편 취업준비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 의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위를 차지했다.



● "벤츠 뽑아야지…사무직 투쟁도"

현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오픈 대화방' 캡쳐본이 돌고 있다.

해당 대화방에서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아르바이트로 들어왔지만 뼈를 묻어야 겠다"는 등의 내용도 오가고 있다. 특히 공항공사의 급여 수준이 공기업에서도 최고 수준인 만큼 "벤츠를 뽑아야겠다", "BMW를 알아보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도 오간다.

특히 한 참여자는 "몇 년 뒤에 사무직을 달라는 투쟁을 하자"고 언급하기도 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은 코로나 사태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며 올해 실적이 적자 전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