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묘하게 법망을 피한 새로운 유형의 투자유치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특히 투자일임계약의 경우 피해를 입어도 범죄로서 요건을 따지기가 까다로워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생한 사기 및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141건, 피해액이 3,108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8년까지만 해도 금융사고 사건의 수와 규모는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100억 원 이상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가 6건 발생하면서 피해 금액이 3,1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12억 원이나 늘었음이 확인됐다. 더불어 사고 유형으로는 사기와 횡령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26일 시민단체인 ‘금융피해자연대’ 와 ‘IDS홀딩스 피해자연합’ 소속 회원들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1조 원대 다단계 사기집단 IDS홀딩스 중간 모집책 7명’ 에 대해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IDS홀딩스 사건은 피해 금액이 1조원이 넘는 규모로 돌려막기식 폰지사기의 대표적인 사안으로 꼽힌다. 현재 검찰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해 수익을 내겠다며 1만 2,076명으로부터 1조 960억 원을 빼돌린 사건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법승의 박주희 수원변호사는 “유사수신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교묘하게 유사수신의 요건에서 벗어남으로써 법망을 피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투자유치 행위들이 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주식이나 각종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일임계약” 이라며 “투자일임계약은 형식적으로는 투자자 명의의 계좌에서 투자금을 운용하지만, 실제 투자방법의 결정과 운용의 전 과정을 대리해주는 계약” 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일임의 경우 사전 설명과 달리 손실이 발생하여도 직접 얻은 이익이 없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많다. 편의상 투자자를 피해자로 투자를 대리해주는 사람을 가해자로 칭해 정리해보면 기존에는 주식투자사기가 주로 투자금을 가해자들의 계좌로 이체 받은 후 가해자들이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투자일임의 형태는 투자금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 투자금을 넣고, 가해자에게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법 또는 증권계좌의 주문대리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 등을 통해 가해자가 해당 계좌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권한만을 부여받는 유형이다.
이와 같이 양 당사자 사이에 금원이 직접적으로 오고가는 형태가 아니므로 손실이 발생하여 피해가 있더라도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가해자는 손실이 발생해도 피해액만큼의 이익을 얻는 지위에 있지 않고, 직접적으로 돈을 받은 것도 아니므로 가해자가 자신이 얻은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사기죄의 성립요건으로 과연 가해자에게 ‘재산상의 이익’ 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박주희 수원형사변호사는 “이러한 투자일임 계약의 경우도 사기죄의 ‘재산상 이익’ 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이미 2012년도에 있었으나, 유사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실제로는 사안의 복잡성 때문에 이러한 법리가 쉽게 적용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며 “앞으로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유사수신, 주식투자사기 사건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조력을 제공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 조언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투자금의 운용 권한과 지위를 획득한 것 자체도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 취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피고인이 자신이 개발한 주식운용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고 만일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원금과 은행 정기예금 이자 상당은 그 반환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기망하여 상당한 투자금이 입금된 주식계좌의 사용권한을 부여받은 사건인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1도282 판결’ 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금운용의 권한 내지 지위의 획득도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금이 예치된 피해자 명의 주식계좌에 대한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전달받음으로써 적어도 주식거래 자체에 있어서는 자금주인 피해자와 동일한 거래상 지위와 권능을 부여받은 점, △그 결과 피고인은 아무런 금융비용도 부담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위 주식계좌를 운영할 수 있었던 점, △주식운용 자체에 대한 보수 약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주식운용에 따른 수익금이 발생할 경우 그 중 1/2에 해당하는 금원을 매월 지급받기로 약정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계좌의 사용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그 운용 결과에 따라 수익금 중 1/2에 대한 분배청구권을 취득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그 자체로서 사기죄에서 정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박주희 수원경제범죄변호사는 “판례를 통해서 범죄 성립을 판단하는 기준은 확인할 수 있으나 이를 모든 사건에 일반화하여 적용하기는 어려우므로 유사수신, 투자사기 등 사안마다 개별적 특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도 가해자 입장에서도 모두 결코 간단하지 않은 사건” 이라며 “관련 문제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해 차근차근 사건을 분석해볼 것을 권한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