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에서 비껴간 경기도 김포·파주 지역에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은 가격을 올리고 매물을 거두는 등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김포한강신도시 A중개업소 대표는 6·17대책 발표 후 부동산 시장이 분위기를 묻자 "지금 이쪽은 불이 붙은 상황"이라며 "서울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중개업소를 돌고 전세 낀 물건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 B중개업소 대표도 "그동안 적체됐던 물건이 빠지고,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매수세가 강하니 2천∼3천만원가량 오른 가격에도 바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고, 5천만원씩 호가를 높인 것도 나왔다. 집주인이 막판에 매물을 철회해 거래가 무산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롯데캐슬 전용면적 84㎡의 경우 이달 초 4억원대 초반에 급매가 거래됐는데, 지금은 5천만원 이상 오른 값에 거래가 되고 있고, 집주인들은 4억5천만∼5억원까지 가격을 높였다고 한다. 이마저도 찾는 사람은 있는데 물건이 없다는 게 중개업소 얘기다.
B중개업소 대표는 "엊그제 매물을 들인 뒤 다시 가격을 올려서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며 "전체적으로는 1∼2주 정도 시장 분위기를 더 지켜보겠다면서 물건을 거두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규제를 피해 몰려든 갭투자자들로 가격이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C중개업소 사장은 "다른 지역에서 집을 팔고 한강신도시에 집을 사겠다고 찾아왔던 부부가 가격이 너무 오른 것을 보고 그냥 돌아갔다. 가격이 좀 떨어지면 전화를 달라는데, 전화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전세로 살던 분들이 이쪽에서 매수해서 살려고 알아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가격이 많이 오르면 이런 분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운정신도시도 비슷한 분위기다.
다만, 이 지역 아파트들은 분양가보다 이미 2억원가량 웃돈이 붙은 상태여서 분양가 대비 1억원 안팎의 웃돈이 붙은 김포한강신도시보다는 풍선효과가 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주시 목동동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84㎡는 최근 6억원대 초반 물건이 거래됐는데, 대책 발표 이후에는 6억5천만∼7억원 선으로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6·17대책으로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대책 발표 직후부터 급매를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규제 발효일인 23일 이전에 계약서를 마무리 짓고 규제를 피하려는 매수·매도자들로 주말 내내 중개업소들이 분주했다.
잠실동 E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잠실엘스와 리센츠만 10개 넘게 거래가 이뤄진 거로 안다"며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23일 전에 서둘러 계약을 하려는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도 거래가 활발하다. 규제 발표가 예상되면서 이달에만 20건 가까이 계약이 이뤄졌고, 대책 발표 후에는 급매 거래 속도가 붙었다는 게 중개업소 얘기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중층은 대책 발표 직후 21억5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비슷한 층이 이달 11일 20억8천300만원에 거래된 뒤 가격이 오름세였는데, 오른 가격에 매매된 것이다.
전용 82㎡도 주말 사이 23억5천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일 22억6천100만원에 거래된 뒤 역시 오른 값에 매매된 것이다.
잠실동 E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호가보다 5천만원가량 저렴한 급매들이 나오면 거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대책 다음날인 18일 15층이 21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됐다. 이는 사흘 전 같은 면적이 19억1천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6·17대책으로 2년 의무 거주 요건이 생긴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급매를 찾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2년 의무 거주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급한 마음에 1천∼2천만원 정도 살짝 가격을 낮춘 곳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집주인들이 분위기를 보는 중이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측은 "의무 거주 2년 등 이번 정책에 대해 주민들이 불만과 의견이 많아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로 집값이 급등한 양천구 목동과 마포구 성산시영은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성산시영 전용 59㎡는 5월 안전진단 발표 후 처음 10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된 뒤 11억원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목동6단지의 경우 전용 47㎡가 대책 발표 직전과 비슷한 11억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목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조합 설립 전까지 남은 절차가 많고 언제 재건축이 이뤄질지 몰라 다들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6·17대책으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올해 안에 조합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는 재건축 사업장은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의 분양권 획득이 어려워졌다.
조합설립인가를 위해서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전체 입주민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아직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사업장들은 연내 신청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가운데 조합설립 이전 단계인 재건축 사업장은 88개 단지, 8만643가구에 달한다.
이 중 조합설립인가 직전 단계인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까지 받은 곳은 40개 단지, 2만8천673가구로 집계됐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뒤 조합설립인가까지는 통상 1∼2년이 소요된다. 그러나 조합 내부 갈등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외부 변수로 사업 진행이 장기간 제자리인 경우도 다반사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는 2017년 3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으나 조합 내부 분열 등으로 아직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6·17대책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동민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조합 내부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동의서 취합이 멈춘 상태였다"면서 "이번 정부의 대책 발표로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의서를 내면서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천주공10단지의 입주민은 670명으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에 필요한 동의서 503개(75%) 중 현재까지 493개가 접수된 상황이다.
아울러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지 못한 사업장도 연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976년 준공해 올해로 45년이 된 노후 단지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추진위 승인을 위해서는 입주민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김경희 삼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입주민들의 자원봉사로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지 4주 만에 동의율이 44%에 이르렀다"며 "협력업체 선정 과정을 제외하면 연내 조합설립인가가 가능한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연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는 재건축 단지는 사업 추진에 급속도로 탄력을 잃어버릴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은 유력한 투자 대상으로, 외부 거주자들의 소유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지만,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주는 규제 요건은 재산 가치를 인정받느냐 못 받느냐의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