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대신 주식 투자"…럭셔리펀드 '고공행진'

입력 2020-06-20 08:00
수정 2020-06-21 18:15
코로나19도 '명품불패' 못 깨
한 시간 걸려 입장…인기 상품은 모두 품절
명품주·럭셔리펀드 수익률 '승승장구'


● 코로나19도 '명품불패' 못 깨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에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5.2%로 낮췄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는 고꾸라지는데 오히려 성장하는 산업이 있다. '명품' 시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자들의 보상 심리가 고가의 명품 소비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명품 판매액은 늘고 있다.



● 한 시간 걸려 입장…인기 상품은 모두 품절

대기인원 45팀. 지난 주말, 오후 2시경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 평균 10~20명 정도가 대기했던 것과 비교하면 루이비통을 찾는 고객은 얼핏 봐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후 입장 메시지를 받기까지 꼬박 1시간이 걸렸다. '나노노에', '알마bb' 등 인기 품목은 여전히 동이 난 상태였다. 이 매장의 한 직원은 "(고객 수가) 3월 중순 경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 다시 회복됐다"며 "신상품 시즌과 맞물려 지난달부터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막 계산을 마친 회사원 김 씨는 "매년 나를 위한 선물로 명품백을 하나씩 구입하고 있다"며 "올해는 여행도 못 가니 평소보다 무리해 고가의 가방을 질렀다(샀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주부 박 씨는 "작년 생일에 딸이 가방을 선물한다 하기에 '너무 비싸다'며 만류했는데 오늘 보니 10만원 넘게 가격이 올랐다"며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을 체감하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샤넬이 제품 가격을 최대 17% 올린다고 하자 백화점 개점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 사태까지 빚어졌다. 식을 줄 모르는 명품 인기에 올해 1~5월까지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4대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3%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으로 보면, 올해 2~5월 G마켓·옥션·11번가·SSG닷컴·티몬 등 이커머스의 명품 매출 평균 신장률은 50%에 달했다. 지난 3일에는 면세점에 쌓여 있던 명품 재고가 온라인으로 처음 풀리자 4시간도 채 안 돼 200개 넘는 품목의 90%가 품절됐다.



● 명품주·럭셔리펀드 수익률 '승승장구'

코로나에도 명품 불패신화가 깨지지 않자 글로벌 명품회사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다. 유럽증시에서 루이비통·불가리·크리스찬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는 3월 15일 기준 322유로에서 지난달 말 404유로로 25%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의 주가는 606유로에서 786유로로 30% 가까이 올랐고, 구찌 모회사인 케링(KERING)도 27% 상승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과 LVMH, 케링 등 명품회사의 매출 증가율은 대체로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들에 투자하는 국내 럭셔리펀드의 수익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는 최근 한 달간 15.03%(17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글로벌브랜드파워 펀드'는 10.3% 올랐고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 또한 8.76% 상승했다.

해외 주식을 매매하거나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국내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안으로 꼽힌다. ETF는 특정 자산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 성격이지만, 개별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고 거래비용도 낮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달 12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 명품지수를 따르는 ETF 'NH-Amundi HANARO 글로벌럭셔리S&P'를 내놨다. LVMH, 포르쉐,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 티파니 등 80개 종목의 주가를 반영해 수익률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이 ETF의 최근 한 달 수익률(19일 기준)은 16.08%, 설정 이후 수익률은 11.19%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