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작된 남미...코로나·독감 '동시 대유행' 가능성

입력 2020-06-15 06:29
수정 2020-06-15 07:24
브라질·칠레·페루 등 확진자 많은 국가 '초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은 남미의 남반구 국가들이 곧 겨울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와 계절성 독감의 동시 대유행 가능성이 우려된다.

페루의 감염병 전문가인 에두아르도 고투소는 14일(현지시간) EFE통신에 "두 개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맞을 수 있다. 이는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페루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남반구 국가들에서 공식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은 오는 21일이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정도를 제외하고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무서운 기세로 확산 중이다.

전날 기준으로 브라질과 칠레, 페루는 각각 전 세계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2, 5, 8번째로 많은 나라였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확산세도 더 가팔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전파력과 온도·습도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적도 부근 해안가에 위치해 연중 기온이 높은 에콰도르 과야킬에서도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겨울철에 감기나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더 왕성하게 발병하는 데다 독감과 코로나19 유행이 겹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남미의 겨울은 매우 걱정스럽다.

범미보건기구(PAHO)의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도 최근 남미의 겨울이 "엄청난 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흡기 질환자가 늘어나면 코로나19 진단도 더 어려워지고, 이미 포화 상태로 접어드는 병상은 더욱 부족해져 병원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조치나 일상화한 손 씻기 등이 독감의 위험을 줄여줄 수도 있지만, 이미 남미 지역에선 3개월가량의 긴 봉쇄로 인한 피로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의 동시 유행 상황을 막기 위해 독감이나 폐렴 등의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페루의 고투소 박사는 "앞으로 몇 달간 중증 이상의 수많은 독감 환자가 발생하면 이들을 어디에 입원시킬 것인가?"라며 "이 때문에 일찌감치 예방접종을 강력히 권고해왔다"고 말했다.

PAHO도 국가가 노인과 임신부, 어린아이, 기저질환자, 의료진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민의 독감 예방접종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겨울철 빈민들의 생활고도 우려된다.

긴 봉쇄 조치로 생계가 어려워진 남미 빈민들은 배고픔에 추위까지 겹치며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겨울을 맞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에서는 생계 대책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