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후진적 산업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놓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김영란 양형위원장을 만나 "산재 사망사고의 양형기준을 올려달라"라고 요청하면서 법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이 말한 법은 이른바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다. 이 장관 취임 첫해인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정됐는데, 하청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법은 올해 1월 16일부터 시행중이다. 하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법상으론 안전 조치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양형 기준상 권고 형량은 6개월~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이 장관의 이례적인 양형위원장 방문은 법대로 엄격한 처벌만 제대로 이뤄져도 산재를 예방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반면 박두용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국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같은 견해를 개진했다고 한다. 산안법 제167조를 보면 처벌 대상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로 규정해 놓았는데 이를 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산재 사고 처벌에서 중요한 문제는 처벌 수위가 아니라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 이사장은 "많은 문제가 처벌받는 자와 책임자가 일치하지 않는 데 기인한다"라고 해 현행 산안법이 산재 사망사고 재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 내용이 아니라 처벌 수위, 즉 법 적용의 문제라는 이 장관의 진단과 결이 다른 대목이다. 중대 재해 재발 원인과 해법을 놓고 우리나라 산업재해 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두 수장이 견해차를 드러낸 가운데,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산재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는다. 대책의 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우: 박두용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