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시 발생했다.
최근 베이징을 벗어난 적이 없던 이 환자가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아직 알 길이 없어 지역사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우려됨에 따라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이번 신규 확진 환자가 살던 곳은 중국이 그간 가장 코로나19 방역에 공을 들이던 베이징, 그것도 도심 한복판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모여 살면서 업무를 보는 중난하이(中南海)와는 불과 직선거리로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11일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1명이 새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중국 내부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지난 6일 하이난(海南)에서 확진 환자 1명이 발견된 이후 4일 만이다.
새 확진 환자는 시청(西城)구 주민인 52세 남성 탕(唐)모씨다.
그의 주거지는 웨탄(月壇)거리 시볜먼(西邊門) 둥다제(東大街)다. 이곳은 베이징의 도심으로 중난하이와도 지척이다. 중국의 주요 국가기관 청사가 즐비한 대로인 창안제(長安街)까지는 불과 500m 떨어져 있다.
발열 등 증세를 보인 탕씨는 10일 오후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밀접 접촉자인 가족 2명을 우선 격리하고 탕씨의 동선을 따라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베이징시는 탕씨가 사는 거주지를 '폐쇄식'으로 관리하고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진행 중이다.
그간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해외 유입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내부 전파' 사례는 극히 드물어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단계에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됐다.
외부 유입이 2차 전파를 일으켜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의 일부 중소 도시에서 산발적인 코로나19 재확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권위주의 정부 특유의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 해당 지역에서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지난달 치러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사실상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안팎에 선언했다.
특히 최근 인구가 1천만명에 달하는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 300명만 발견되면서 발견되지 않은 '숨은 감염자'에 관한 우려도 다소 잦아든 상황이었다.
지난 10일 하루에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명이었지만 이는 모두 외부 유입 사례였다.
그러나 수도 베이징시 한복판에서 전형적인 지역 사회 내 감염 사례로 추정되는 확진 환자가 발견되면서 일순간에 중국사회 전체가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수주간 베이징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이 환자의 감염 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베이징에 다른 감염자가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탕씨가 사는 단지 외에도 주변 일대의 통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대대적인 '코로나19 색출 작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