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인력 뺏긴다"…'40년 삼성맨'도 중국으로

입력 2020-06-11 13:43
수정 2020-06-11 14:23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물론 중국삼성 사장까지 지낸 인사가 중국으로 가면서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구동칩셋 제조업체인 '에스윈'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에스윈 홈페이지에는 지난 2월 에스윈 창립대회가 열렸고 부회장에 장원기 전 삼성중국 사장을 선임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에스윈'은 2016년 3월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반도체 기업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용 구동칩셋을 생산한다. OLED 구동칩셋은 OLED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화소를 조절해 색상을 나타내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TV는 물론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등 다양한 완제품에 적용된다.

장 전 사장의 맡게 되는 역할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창업자 출신인 왕둥성 회장과 주요한 의사 결정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왕둥성 회장은 지난해 7월 BOE 회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올해 2월 에스윈 회장에 선임됐다.

왕둥성 회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메시지에서 "지난해 7월 BOE를 젊은 세대에게 넘기고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며 "전자 정보 산업의 베테랑인 나는 항상 중국 대륙의 반도체 결핍과 디스플레이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꿈을 꿨다"고 밝혔다.

한편 BOE 창업자와 삼성전자 최고위층 임원을 영입한 '에스윈'은 향후 최신 OLED 구동칩셋 개발 및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2017년 10월 처음으로 OLED 구동칩셋을 패널에 적용했다. 2017년부터 지난 3월까지는 국내 한 팹리스 업체가 에스윈에 투자한 사례도 있다. 에스윈은 시안, 허페이 등에 대형 생산라인을 갖추면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일에는 21억 위안, 우리돈 약 3.535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고 최신 설계자산(IP) 개발, 인재 영입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OLED 구동칩셋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 업체가 지속적인 핵심 인재 영입으로 한국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경우, 관련 시장이 중국 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장 전 사장의 에스윈 부총경리 선임은 상당히 큰 충격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장 전 사장 영입으로 중국 업계가 앞으로 핵심인재 영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장 전 사장은 디스플레이 관련 중책을 맡았다. 2002년 반도체총괄 LCD사업부 천안공장장, 2009년 LCD사업부 사장, 2011년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을 역임한 뒤 2017년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