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베트남 호찌민시 외국인 관광객 모습. 출처: vtv.vn>
“올 여름 휴가, 우리 베트남에 갈 수 있나요?”
날이 더워지고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주위 분들이 이렇게 많이 묻는다.
사실 필자 역시 회사 업무 차원에서 베트남에 출장을 가야하는데, 못가고 있어 관심이 많은 주제이다. 현재 일에도 지장이 많다.
지난 3월부터 매월 베트남 출장을 갈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아직까지 격리 없는 입국이 불가능해 답답한 마음은 다른 기업인들과 같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한국 기업인의 경우 대한상의 및 코참(주베트남한국상공인엽합회) 등에 사전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예외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14일 격리 규정은 지켜야 한다. 다만 한국 기업인들은 (군부대와 같은) 시설 격리가 아닌 호텔 또는 삼성 LG 같은 대기업의 경우 숙소내 격리를 허용해 약간의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한국 유학생 등 217명이 6월7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으로 입국해 짐을 찾고 있다. 베트남이 입국 제한 조치를 한 뒤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 예외입국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노이바이공항을 개방한 것도 지난 3월26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 유학생들의 예외입국을 허용해 점차 하늘 길을 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도 하노이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번돈공항이 아닌 코로나 사태로 폐쇄했던 수도 하노이의 문을 열어 노이바이공항으로 입국했으니, 베트남도 국제선 재개의 열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월 이후 3개월만에 하노이공항에 착륙)
그럼 일반 기업인 및 관광객은 언제 베트남 입국이 가능할까?
<사진: 2020년 6월9일 응웬 쑤언 푹 총리가 주재한 베트남 정부 내각 회의 모습. 이 자리에서 총리는 국제선 재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출처: VGP>
베트남 정부는 내부 방침으로 7월부터는 한국 등 우방국을 대상으로 하늘 길을 열 계획이다. 그래서 베트남항공은 실제 5월말부터 서울-하노이 노선 등 국제선 사전 예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 항공당국은 국제선 재개의 정확한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다. 엄격한 세부 판단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갖고 있는 이 세부 기준은 상대국의 코로나19 감염 1일 확진자가 0명인 가운데 30일 연속 지속되면, 국제선 재개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10일 베트남 국영방송 VTV 보도에 따르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내각 회의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과 하늘 길을 다시 여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최근 30일간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안전 지역을 발표하라"고 당국에 지시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고민이 깊다. 세계 어느 주요국도 코로나19 감염 1일 확진자가 0명인 경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뉴질랜드가 감염자 0명을 홍보하고 있지만 연속 30일까지는 아직 멀었다. 세계적인 상황을 보면, 확진자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나라마다 사회적 격리 조치를 풀면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도 감염 확진가가 주는가 싶더니,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물류센터, 탁구장 등 집단 감염 사례가 다시 늘면서 한국 및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에서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심하다”고 귀띔했다.
정부내 온건파(생활방역파)는 “한국 등 주요국들의 경우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채 30일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교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과의 활발한 교류 없이 올해 5%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경파(엄격방역파)는 “베트남 내부는 사실상 코로나를 종식시킨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입국 기준은 매우 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 베트남 공공보건센터 선임고문 Assoc. Prof. Tran đac Phu. 방역관리 위해 아직 국경 문을 열 시기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출처: VNS Photo>
한국에 파견 나와 있는 한 베트남 특파원은 최근 필자에게 “베트남 정부는 한국과의 하늘 길을 열려고 준비했는데, 이태원 집단 감염 사건이 터지고 이후 잦아들기는커녕 다른 집단 감명 사례도 계속 나와 7월부터 한국 관광객 입국 허용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럼 언제쯤 베트남에 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답은 결국 한국인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결국 베트남 입국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도 고향에 편하게 가고 싶은데, 마땅한 항공편도 없는데다 격리 14일 규정으로 현재로서는 가는 게 마땅치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베트남 정부가 계속 문을 걸어 잠글 수도 없는 형편이다.
<사진: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베트남 프로축구가 6월5일부터 관중 직접 관람을 허용하며 재개됐다. 베트남 보건부는 50일 이상 베트남내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자, 스포츠 관람을 허용했다. 관중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축구를 즐기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해 5월까지의 베트남 관광산업 지표를 보면, 인바운드 관광이 48.8% 급감했다. 나라별로는 중국(-57.2%), 말레이시아(-53.9%), 한국(-53.4%), 일본(-48.2%), 프랑스(-47.5%), 영국(-44.3%) 등의 입국이 크게 줄었다. 관광수입은 54.1% 줄어 반토막 이상으로 손실이 크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뭔가 조치가 필요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니 베트남 정부는 우회로 전략을 고민 중이다. 즉 한정된 지역의 개방이다.
베트남은 최남단 푸꾸옥(Phu Quoc) 섬을 외국인관광객 입국허용 시범지역으로 개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이 푸꾸옥 섬은 베트남 본토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어 외국으로부터 혹시 코로나19 감염이 유입되더라도 확산 우려가 적어 국제선 재개 시범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입국허용 대상 국가로는 현재 방역관리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호주 및 뉴질랜드를 비롯해 주요 관광시장인 중국 및 한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비자발급 재개 및 입국제한 해제 등의 주요 문제를 보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국내 관광 및 도시 간 이동은 지난달부터 재개되어 지금은 거의 모든 국내선을 운항하면서 내수 경기 활성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베트남 항공사들은 국제선 재개를 준비하며 정부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 베트남 항공 당국자는 “한국 및 홍콩 등과의 일반 승객 국제선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부 및 공공보건센터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내 코로나19 감염은 국내에는 단 한 건도 없고 오로지 외부 유입사례들만 있어 지금 국경을 개방하고 국제선을 재개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한 것 같다”며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 결론적으로 베트남 정부는 국제선 재개를 언제할 것인가?
<사진: 호찌민시 관광부가 어려움에 처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촉진 프로그램 가동을 시작했다. 6월9일 관련 행사 모습. 출처: VNS Photo>
베트남 정부가 국제선 재개를 놓고 고민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
‘경제’, ‘외교’, ‘국민건강’이 그것이다. 경제와 외교관계를 생각하면 국제선 재개는 해야하고 또 그 시기도 임박했다. 그런데 국민건강이 문제다. 지금까지의 방역성과를 기반으로 보건 당국 관계자들의 입김이 크다보니, 당초의 국제선 재개 계획을 계속 미루게 하고 있다.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국내 관광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또한 방역을 위해 지난 3월 말부터 영업을 금지시킨 마지막 서비스업인 가라오케(유흥주점)와 클럽 영업을 다시 허가했다.예상했던 외국관광객 입국 허용이 주요국들의 코로나19 감염 재발 사례들로 늦춰지면서 내수경기 진작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분간 상대국 코로나 방역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국제선 재개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그리스는 6월 15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29개국 관광객에 2주간 격리조치 없이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7월1일부터는 스페인 역시 격리조치 없이 입국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비자면제협정을 잠정 중단한 상태여서 자유로운 관광 입국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비자를 한국에서 받으려면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결국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감염 여부, 국가적으로는 방역관리 상황이 입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래저래 국제선 재개의 핵심 키워드는 코로나 방역상황이 알파요(처음이자) 오메가가(끝이) 된 느낌이다.
<사진: 외국인들이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거닐고 있다. 출처: vnexplorer 자료>
베트남만 놓고 보면 일단 정부내 강경파 주장이 국민건강 명분을 내세우다 보니, 다른 이슈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실제 정부 결정을 지켜볼 일이지만...
어찌되었든 개인적 바람은 올 여름 베트남에 입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이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성공했다는 의미이고, 한국과 베트남이 정상적인 교류가 시작되어 양국 모두 경제회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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