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리는 이전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비즈니스 방식이나 소비 트렌드를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 혁신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까.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년여 전인 취임 초기부터 '작은 것을 연결하는 힘',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을 캐치프레이즈로 늘 강조해왔다.
우리 경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또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박 장관의 '선견지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러한 중기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올해 하반기 박 장관은 '비대면 기업의 글로벌화와 플랫폼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취임 2년차, 기존 유니콘 기업은 물론, 아기유니콘, 예비유니콘까지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으로 만드는 'K·유니콘 프로젝트'에 남은 임기를 걸겠다는 박 장관을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접 만났다.
● 'K-언택트'로 디지털 선도국가 도약…K유니콘 프로젝트에 '사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덜한 것도 '비대면 인프라' 덕분이었죠."
박영선 장관은 미국과 영국,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조차 극성이던 '사재기'가 없었던 것도 온라인 경제 발달로 국민들이 생필품 조달 등에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비대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분기 기준 비대면 분야 벤처·스타트업 고용 인원(37명)이 대면 분야(27명)보다 높다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박 장관은 이제는 대세가 된 '비대면' 기업, 즉 'K-언택트'로 우리나라를 디지털 선도국가로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세대 기업으로 '삼성', 'LG', '현대' 등 제조업 기반 대기업을, 2세대 기업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이 만들어낸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기업을 꼽으며 그 뒤를 이을 3세대 기업이 바로 온라인 경제 기반의 유니콘 기업이라고 했다.
야놀자, 마켓컬리, 무신사 등으로 대표되는 비대면 유니콘 기업을 글로벌 3세대 기업으로 육성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박 장관의 복안이다.
아기유니콘, 예비유니콘 등 성장 단계별 유망기업을 발굴해 미국, 중국, 영국에 이은 세계 4대 벤처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K-유니콘 프로젝트'도 이러한 구성과 궤를 같이 한다. 즉, K-유니콘 프로젝트는 '비대면', '온라인 경제'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 1조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선배기업이 후배 스타트업 키운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이처럼 비대면 분야의 성장성과 고용 효과가 입증된 만큼, 대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핵심은 하반기에 조성되는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로, 민간과 정부가 6대 4로 비율로 출자해 1조원 규모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그는 "이번 펀드의 조성이 '비대면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에도 목적이 있지만,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의 선배들이 멘토기업으로 투자자로 참여해 후배기업을 키운다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제3세대 기업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단추도 잘 꿰졌다. 최근 박 장관은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주요 게임회사가 출자자로 참여, 유망 스타트업을 지정해 집중 투자하는 프로젝트 방식의 게임전문펀드가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내에 하위펀드로 신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직접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방준혁 넷마블 의장을 만나 펀드 출자 의사를 이끌어낸 데 따른 성과였다.
● 스마트상점·공장으로 소상공인·제조업 디지털화 '가속'
중기부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의 일환으로 '중소제조업 스마트 공장', '소상공인 스마트상점'의 보급과 대중화를 추진하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예산도 디지털경제 부분에 집중적으로 배정했다.
박 장관은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소상공인들이 너도나도 스마트 상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3차 추경에 스마트 상점분야의 예산을 더 늘렸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국회에 제출된 3차 추경안에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505억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중기부는 이번 예산 편성으로 스마트 물류·서빙·주문 등이 가능한 스마트상점을 기존 1천개에서 6천400여개로 늘리고 수작업 공정에 기기 자동화,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접목한 스마트화 작업장을 기존 20개에서 8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공장도 하반기 20개 지원할 방침이다.
● 마스크 등 K의료장비, '브랜드K' 마크 붙여 해외로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낮은 인지도 때문에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선 국가 인증 브랜드인 '브랜드K'를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로 한국산 마스크, 손소독제 등의 우수성이 주목받은 만큼, 의료장비 쪽으로도 '브랜드K' 마크를 달고 해외로 수출되면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박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마스크 수출이 허용됐기 때문에 마스크에도 'KF80', 'KF94'의 한국 규격이 있고 여기에 브랜드K 마크가 같이 나가게 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국가대표 공동브랜드인 브랜드K는 중소기업들이 해외마케팅을 할 때 브랜드 파워가 약해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시작된 정책이다.
"국가가 인증한 브랜드K가 제품에 표기되면 해외시장에 나가서 신뢰감을 주고 "가격도 합리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브랜드K 인증을 통해 수출이 20배 늘어난 기업들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