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월 수출이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중국의 5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3% 감소해, 지난 4월에 보인 반짝 회복세(+3.5%, 전년동기대비)를 지속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속에서 미국과의 2차 무역전쟁을 앞둔 중국 정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전장보다 0.12% 내린 7.0882위안으로 절상 고시했다.
전인대가 홍콩보안법 통과를 강행한 전후로 급격히 떨어지는 위안화 가치를 6일 연속 절상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는 몇 개국 통화를 선정하고, 각 통화가치의 변동률을 감안해 환율을 결정하는 복수통화 바스켓을 참조한 관리변동환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6~7위안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해왔으나, 지난 2019년 1차 미중 무역분쟁 때 7위안이 깨졌다.
다시말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7(七)위안이 깨지고(破) 환율이 오르는 현상(포치, 破七)이 나타났고, 미국은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약 1년이 채 흐르지 않은 지금 또다시 '포치'가 나타났다.
지난 5월 27일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7.1964위안을 기록, 시장 개설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이후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상으로 다시 환율이 7.1위안 밑으로 떨어졌으나, 이제는 수출이 복병이다.
미국이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환율 자체를 떨어뜨려버리면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만큼, 환율전쟁은 유혹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달러당 6위안에서 7위안으로 위안화가격이 떨어져버리면, 10% 정도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소비자들 입장에선 물건값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를 계속 용인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이 약세를 보이게 되고, 해외자금이 중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이웃국에 미치는 영향도 막강하다.
특히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화(커플링) 경향을 보이는데,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또다시 해외자본의 국내 시장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산 제품이 중국 제품과의 수출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최근의 위안화 약세에 대해 중국 측은 달러화가 강세에 따른 현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증권보를 인용해 "그간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위안화가 하락했으며, 위안화 절하는 수동적인 결과물"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 재부부가 조만간 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통상 4월경에 이뤄지는 이 보고서 발표가 두 달이나 지연되는 이유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재지정할 지의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과열양상을 보였던 달러화는 이제 안정화하고 있다.
깊은 침체의 골을 지나고 있는 중국, 수출을 살리기 위한 묘수로 또다시 환율을 집어들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