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한 소형 모터보트는 군 당국의 감시 장비에 10여차례 포착됐지만, 낚싯배 등으로 오판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당시 경계에 실패했던 군이 또다시 해상경계에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군은 지휘 책임이 있는 사단장 등 과오가 드러난 군 관계자들을 엄중 조치하는 한편 전반적인 해상 감시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이 탄 1.5t급 레저보트는 지난달 20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를 출발해 다음 날인 21일 오전 11시 23분께 의항리 방파제에 도착했다.
보트가 태안에 이르기까지 해안레이더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 4회, 열상감시장비(TOD) 3회 등 모두 13차례 실시간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녹화된 영상에서도 해당 보트로 추정할 수 있는 '식별 가능 상태'였지만, 레이더 운용병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카메라와 TOD 운용병 역시 당시 통상적인 낚싯배와 일반 레저보트로 오판해 추적하거나 감시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 영상에 새로운 것이 표적으로 나타나면 확인해야하고, 확인하면 다른 장비나 관계기관 등과 추가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를 통상적인 것으로 간과해서 추적·감시하지 않은 과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과 해경은 이번 사건 조사 과정에서 지난 4월 20일 태안 의항 해수욕장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 역시 5월 보트와 같은 루트로 밀입국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전날에도 태안에서 밀입국용으로 추정되는 고무보트가 또 발견된 것을 포함하면 태안에서만 4∼6월 사이 최소 3차례 군의 해상 경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중국인 밀입국자 5명이 4월 18일 오후 5시께 중국 웨이하이항에서 출발해 19일 오전 10시께 일리포 해안 돌출구에 접안해 4명이 내린 뒤, 마지막 하선자는 인근에 보트를 유기하고 도주했다.
파도에 밀려 배가 떠밀려 올라가면서 다음날 주민이 이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당시엔 군경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도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재조사가 사건 발생 한참 뒤인 이달 초 이뤄지면서 일부 영상은 저장기간이 지나 자동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TOD는 해당 보트가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19일 오전 5시 30분께부터 약 다섯시간 동안 녹화 관련 부품 고장으로 아예 녹화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녹화 기능은 임의로 특정 부분을 삭제 할 수 없다"며 "관련 업체와 국방부 과학수사대를 파견해서 확인한 결과 당시 인접한 다른 소초에 가서 부품을 가져와 당일 수리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상레이더에는 3차례 포착됐지만, 역시 레이더 운용병이 이를 놓쳤다고 전했다.
합참은 진행 중인 경찰 조사와 자체 조사 등이 모두 마무리되는 대로 사단장 등 당시 감시경계를 소홀히 한 군 관계자들을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전 해안지역에 대해서 정밀 분석해서 취약 지역 해안 감시 장비를 추가로 운용할 계획"이라며 "미식별 선박에 대해서 기존 대대급 UAV나 드론을 이용해서 수색 정찰이나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