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농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에 팔리지 않은 재고 와인을 알코올 소독제 원료로 증류하기로 했다.
프랑스 농수산업진흥공사(프랑스아그리메르·FranceAgriMer)의 와인 부문 대표인 디디에 조소 사장은 4일(현지시간) "내일부터 33개의 공인 증류 업체들이 재고 와인을 증류해 에탄올로 정제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렇게 생산된 알코올은 프랑스 제약회사들과 화장품 기업에 공급돼 손 세정제나 의료용 소독 알코올의 원료로 쓰인다.
프랑스 와인 농가들이 재고 와인을 소독제의 원료로 전용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와인 소비량은 급격히 준 대신에 손 세정제나 의료용 소독 알코올의 수요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중순부터 지난달까지 두 달 가까이 전국에 봉쇄령과 레스토랑과 카페, 바의 영업 금지령을 시행했다.
와인의 국내 최대 소비처인 음식점과 주점이 문을 닫고, 프랑스 와인의 최대 수입국인 미국에서도 봉쇄령이 이어지면서 프랑스 와인의 판매량은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농수산업진흥공사와 와인 농가는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와인을 증류해 정제 에탄올을 만들어 이를 소독제 원료로 공급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랑스아그리메르는 와인 농가가 가져오는 와인 1헥토리터당 생산지 인증을 받은 와인은 78유로, 그렇지 않은 와인은 58유로의 값을 쳐주기로 했다. 헥토리터(Hectoliter)는 유럽 포도주 양조장에서 와인을 측량하는 표준 단위로, 1헥토리터는 100ℓ다.
프랑스의 와인 증류 비용은 200만 헥토리터까지는 유럽연합(EU)의 농업기금에서 지원된다.
EU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외적인 긴급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재고 와인을 오는 10월 15일까지 의료용 에탄올로 증류하는 것을 허용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와인을 의료용 에탄올로 증류하는 작업이 시행된 바 있다.
농수산업진흥공사의 조소 사장은 "와인을 증류해 다른 술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