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의 주거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오늘(1일) 주거실태조사를 발표하며 내놓은 자평이다.
내 집을 가진 사람들의 비중이 2006년 이후 최고로 높아졌고,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도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분은 버는 돈에 비해 매달 내야 하는 집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 국한됐다.
이렇게 집값이 오르는데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니, 매수자들에게 축하를 보낼 일이다.
지난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정부가 정한 고가 아파트 기준인 9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연간 상승률만 해도 8.56%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도 1년 새 소폭 감소했다지만, 비교 대상인 1년 전 서울 중위가격 주택 상승률(2018년도 기준)이 무려 19.18%였다는 사실은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당장 1인당 GDP 추이만 살펴봐도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넉넉해진 것은 아니다. 그 동안 가뜩이나 비싼 아파트들은 몸값을 더 높였다. 한 민간정보업체는 현 정부 들어 전국 주요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37.5% 뛰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조사 기간 동안 전세에서 자가로 갈아탄 가구의 비중(28.6%)이 자가에서 전세로 이동하는 가구의 비중(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주거수준 개선 근거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직장이 서울에 있고, 일터 가까이 전세 살던 사람이 빚을 내서 서울 바깥의 집을 샀다면 평수가 더 넓어졌더라도 주거수준이 상승한 것인가. 주거실태조사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숫자들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집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 사야만 한다'는 의식이 더 팽배해진 것은 아닐지 살펴볼 때다.
실제 자료를 읽다보면 정부가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지표가 보인다. 국민들이 주택에 대해 '꼭 사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주택보유의식)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거실태조사에서 우리 국민들 가운데 84.1%가 주택을 꼭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1년 전보다도 오히려 더 늘었다.
주거 안정이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고 있거나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면 이 지표가 높아질 이유가 없다.
'주택을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가 내놓는 주거 안정책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이 꿈인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데, 팔 수 없는 집을 공급한다는 정책이 제대로 먹히겠는가. 김현미 장관의 생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