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보안법 통과...트럼프, 내일 기자회견

입력 2020-05-29 17:50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결국 강행했습니다. 홍콩보안법 초안이 어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표결을 통과한 건데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기자회견이 예고된만큼, 오늘 시장은 이를 앞두고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함께 이슈 체크해보시죠.

미국은 앞서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하고,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전제로 비자 발급과 투자 등에서 홍콩을 특별대우한 바 있는데요. 이는 홍콩이 아시아 대표 금융·물류 허브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 상원은 앞서 법 제정관리 제재법 발의를 예고했는데요.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결국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겁니다. 이처럼 홍콩 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정면 충돌하고 있습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 내 반정부 활동 감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인데요. 구체적으로 보시면,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해치는 사람에게 중형, 최장 30년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이에 홍콩 민주화 세력 등 ‘반(反)중국’ 인사를 탄압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요. 홍콩 정부는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여 이를 저지한 바 있습니다. 만일 이번 홍콩보안법이 강행될 시 올해 하반기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홍콩 민주 진영은 다음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예정돼 있는 ‘톈안먼 시위’ 기념 집회에서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증권가에서 관련 리포트를 내놓았는데요. 유안타증권은 홍콩보안법 관련 두가지 핵심 쟁점에 주목합니다. 먼저 1) 중국이 직접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법률적 권한이 있는가?에 대해서 설명하는데요. 이번 법률 제정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권한을 가진 부칙 3조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홍콩 자치 영역 밖에 있는 것이라고 규정되어있는데요. 따라서 홍콩 보안법이 이에 해당하는 지는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또한 기본법 23조에 따르면 홍콩특별행정구가 스스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도록 규정한 만큼 전인대의 제정 권한 여부 역시 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으로 2) 시행 시 법률적으로 저촉되는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인데요. 이번 보안법 초안의 핵심은 ‘국가 안전을 위해 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 금지, 처벌한다.’라는 문구인데 이로 인해 사실상 폭력 시위가 아닌, 평화적 시위에 참여한 일반 시민도 처벌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홍콩보안법의 시기와 중국의 의도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왜 하필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엉망이 된 지금 시점일까요? 1)중국 지도부의 가장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시진핑 리더십 안정입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대한 내부 불만과 경기침체 등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된 점이 모두 시진핑 주석에게 정치적 부담인데요. 또한 2)중국은 이미 미중 대결 격화를 불가피한 상수로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어차피 싸울거면, 미국도 어려운 지금이 적기라고 보는 거죠. 그래서 숙원이었던 보안법 역시 이번 기회에 처리해버리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3)향후 미국의 추가적인 제재 역시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이미 계산을 끝냈을 공산이 크다는데요. 결론적으로 '시진핑 리더십 안정'과 '미국 제재로 인한 타격'을 저울질했을 때 전자에 무게가 실린 결과라고 판단합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보안법 강행과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했습니다. 백악관이 구체적인 시간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시간으로 내일 새벽쯤 이뤄질 예정인데요. 그동안 홍콩 문제와 관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언급해 온 만큼 관련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맞대응 방안을 밝힐 방침이어서 구체적인 '대중(對中) 제재'의 내용이 주목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난한만큼, 미중 간 신냉전이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의 핵심 국가들인 영국, 독일, 프랑스도 잇따라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홍콩 보안법과 관련한 중국의 입법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 법이 일국양제 원칙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고요. 독일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홍콩의 높은 자치권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스 외무부도 "일국양제는 지속돼야 한다"며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무역협회는 오늘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자료를 내놓았는데요.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한국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홍콩은 우리나라 총수입 가운데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 거점이고. 한국의 4위 수출 대상국이기도 합니다. 홍콩으로 수출하는 우리 제품 가운데 98%가 중국으로 향하는데요. 홍콩은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제도 등 이점을 갖춰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왔지만, 이 점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한편,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무관세여서 중국 직수출로 전환할 수 있는데요. 단기적 수출 차질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대로 미·중 갈등 확대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홍콩에 비해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도 있는데요. 수출 경합이 높은 석유화학, 가전, 철강 제품 등에서 반사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TV=손현정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