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만남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양당 원내대표가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격식없이 만나는게 좋은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또 "과거에는 뭔가 일이 안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려다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을 얘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협치의 창구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출범했으나 첫 회의 이후 유명무실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도 1년 6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행보를 평가하면서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특임장관 시절 정부 입법 통과율이 4배로 올라갔다"며 '정무장관' 신설을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배석한 노영민 비서실장에 검토를 지시했다. 정무수석은 여당, 정무장관은 야당과 소통하는 구조다.
이날 회동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에 관심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우려에 대해 "다시 성장이 회복되어야 세수가 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에서 분모인 GDP를 끌어올리는데 우선 집중해야 향후 재정건전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앞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재정 선순환을 강조한 바 있다.
확장재정의 일환인 3차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추경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요구한다면 정부도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며 "결정은 신속히 내려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이날 오찬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청와대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국회 불자모임 회장을 역임한 주 원내대표를 위해 사찰음식인 능이버섯 잡채를 준비했다. 메인 메뉴는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었다.
오찬 이후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는 40분 가량 청와대 경내를 함께 산책했다.
문 대통령이 석조여래좌상을 소개한 뒤 내려가는 길에 김 원내대표가 "오늘 우리를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를 돌아보며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드릴게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