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대한항공, 2조 확충 하라"…대주주 자격도 확보

입력 2020-05-28 06:52
수정 2020-05-28 07:44
채권단, 영구채 주식전환 가능…2대 주주 등극
반도건설, 2% 추가매입…경영권 분쟁 재점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또한 영구채 발행 1년 후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2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게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과 대한항공은 최근 대한항공이 마련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토대로 특별 약정을 맺었다.

앞서 산은과 수은은 각각 내부 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 지원 안건을 승인했다.

채권단은 운영자금 2천억원 대출, 7천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영구채 3천억원 인수 등 모두 1조2천억원을 대한항공에 지원한다. 산은과 수은의 부담 비율은 6대 4다.

채권단은 지원 조건으로 대한항공의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한 자본 확충을 내걸었다.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내년 말까지 2조원을 확보하는 것을 약정서에 넣었다"며 "유상증자로 1조원,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1조원을 각각 마련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밝혔다. 또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행 차입금·금융 리스·회사채·ABS)은 3조3천20억원이다.

올해 조기 상환권의 최초 행사 기간을 맞는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7천11억원이다. 조기 상환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 약 4조원으로 늘어난다.

대한항공은 현금성 자산(1조1천억원)과 유상증자 납입대금 등을 활용해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채권단이 1조2천억원 자금 지원에 더해 회사채 차환 지원 방안을 발표한 만큼 단기적인 유동성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음 달 22일 최초 중도 상환일이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 2천100억원은 산은과 수은을 상대로 발행하는 3천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를 통해 해결한다.

채권단은 영구채 발행 1년 후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채권단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대한항공 지분 16.37%(1천570만6천주)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산은은 지난달 대한항공 지원 관련 브리핑에서 확보 지분을 10.8% 정도라고 밝혔는데, 대한항공은 최근 공시를 통해 16.37%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 지분은 경영권 분쟁을 치른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3월 말 기준으로 29.96%(특별관계자 포함 시 33.3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9.98%를 갖고 있다.

채권단이 전환사채 전환권을 행사하면 보통주 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에 한진칼의 지분율은 하락한다.

대한항공 측은 "전환사채 발행 후 최대주주 지분율은 29.96%에서 25.7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26일 한진칼 지분 2.1% 정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함께 '3자 연합'을 꾸린 반도건설이 한진칼 주식 매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반도건설이 매집 주체가 맞다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종전의 42.7%에서 44.8% 수준으로 확대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