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운명은… 중국, 오늘 오후 4시 '홍콩보안법' 표결

입력 2020-05-28 06:16
수정 2020-05-28 13:30
미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 카드로 중국 압박


미국이 27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맞서 홍콩의 자치권이 미흡하다며 그간 부여해온 특별지위에 변화를 가져올수 있는 수순을 밟아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위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마지막 날인 28일 표결을 강행한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과 홍콩자치권 조사 등 초강수 카드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 전인대 표결은 부결된 경우가 없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의 전선은 무역 마찰과 중국 정보통신기업 화웨이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대만 문제 이어 홍콩으로 전방위 확대되는 모양새다.

●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홍콩, 중국으로부터 자치권 누리지 못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의회 보고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부분은 "나는 의회에 1997년 7월 이전에 미국법이 홍콩에 적용되던 같은 방식으로 홍콩이 미국 법 하에서의 대우를 계속 보장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고 한 대목이다.

이는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홍콩 문제와 관련,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및 미국의 외교 정책과 맞닿아있다.

영국 통치하에 있던 홍콩은 1984년 중국과 영국이 체결한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1997년 7월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폭넓은 자치권을 인정받아왔다. 홍콩은 중국의 일국양제 원칙하에 2047년까지 50년 동안 현 체제를 유지하고 국방, 외교를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받는다.

일국양제는 중국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공존시키는 것으로,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중국의 통치원칙이며 대만 통일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홍콩의 정치적 변화 속에서도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홍콩에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한 지위를 인정해왔다.

이 법은 미국이 홍콩에 무역, 관세, 투자,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의 여타 지역과는 다른 특별대우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 허용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을 놓고 대규모 시위 속에 중국의 개입과 홍콩 정부의 폭력 진압 등이 이어지면서 자치권이 후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 미국의 '홍콩인권법'...홍콩의 자치권 평가해 특별지위 박탈 결정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27일 홍콩의 자치권과 인권을 지지하기 위해 의회가 통과시킨 홍콩인권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미국이 매년 평가를 통해 홍콩의 자치권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의 인권 유린 등 기본권을 억압하는 인물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홍콩정책법과 홍콩인권법에 따르면 미 대통령은 홍콩이 미국의 특정 법률 조항에 따른 대우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자율권을 누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법의 적용을 종료하거나 중단하는 등의 조처를 내릴 수 있다.

이번 발표는 미국 입장에서 '일국양제'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홍콩 문제와 관련, 중국에 '강력한 대응'을 공언해왔다. 어떤 수위의 결정이 내려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번 주중에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날 백악관 회견에서 밝혔다.

어떤 식으로든 특별지위에 변화가 생긴다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 약화가 불가피하다.

곧바로 특별지위 박탈이라는 '초강수'가 나올 경우 더욱 파장이 클 수도 있다.

당장 박탈까지 이르지는 않고 일단 특별지위 적용을 중지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도 가능해 보인다.

● 美 매체들 "홍콩인권법 외에 중국 압박할 카드 다양하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무부의 평가는 정책 방향에 대한 권고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관리들은 이제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미국이 먼저 무역을 포함해 홍콩과의 협력을 끊을 특정 분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홍콩과의 특별 관계를 완전히 끝내기 위해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 행정부는 홍콩의 특별지위 철폐와 중국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며 국무부 발표는 미국이 취할 절차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시 홍콩은 제외했지만, 이런 혜택은 사라진다. 기존에는 무비자로 홍콩을 드나들었지만, 향후 엄격한 중국 비자 규정을 적용받게 돼 기업 활동에도 불리한 요소가 된다.

미 재무부는 홍콩을 탄압하려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해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등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홍콩으로선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홍콩의 주된 산업 기반인 금융업의 속성상 안정적인 영업과 고객의 신뢰 확보가 중요한데 외부에선 향후에도 미중 갈등이 격화해 홍콩에 정치적 혼란과 사회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해온 홍콩의 역할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중국은 난감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홍콩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서 세계와의 연결 통로로 활용해온 중국 입장에선 홍콩의 지위 약화는 엄청난 손실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