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자매·우호도시에 방역 물자를 지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시는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천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천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
또 이달 말까지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일부 누리꾼은 "돈이 남아돌면 시민한테나 써야지"라며 경주시를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기사에 댓글을 통해 "경주는 돈이 남아도는가 보다"라며 "경주 두 번 다시 놀러 안 간다"며 반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자체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면 자존심 센 아베는 한국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 요청이 없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 방침은 무너진다"라고 지적했다.
경주시 웹사이트 자유게시판에도 매국노, 토착왜구 등 다소 거친 표현으로 주 시장과 경주시 지원을 비판하는 글이 수십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주낙영 경주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일감정이 팽배한 이 시점에 굳이 지원했느냐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시민들께 이해를 구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주 시장은 "밤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고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미통당답다' 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 먹은 것 같다"면서도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때 경주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우호도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바로 한두 달 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중국으로부터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많이 지원받았다"며 "일본이 방역복과 고글이 없이 검사를 제때 못 하는 상황에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인데 나라시와 교토시는 오랜 기간 교류해온 사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란 점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라고 밝혔다.
(사진=주낙영 경주시장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