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효능을 극찬하면서 직접 복용하고 있다고 밝힌 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을 키운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현지시간 22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671개 병원 9만6천여명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상대로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의 효능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환자에게서는 사망 위험도가 34% 증가했으며 심각한 심장 부정맥 위험도 137%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도 복용하고 있다고 밝힌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조합의 경우는 사망 위험이 45%, 심각한 심장 부정맥 위험이 411% 증가했다.
클로로퀸을 복용한 환자 중에서는 사망 위험이 37% 늘고 심각한 심장 부정맥 위험이 256% 커졌다. 항생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는 사망 위험 37%, 심각한 심장 부정맥 위험 301% 증가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4월 14일까지 입원 중인 코로나19 환자를 상대로 실시됐으며, 지금까지 말라리아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최대 규모다.
공저자인 취리히대병원 프랑크 루쉬츠카 박사는 "이전의 소규모 연구는 약효를 밝히지 못했고 규모가 큰 임상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런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스크립스연구소 에릭 토폴 국장은 WP에 "분명한 피해를 보여주는 연구"라며 "이 약에 희망이 있었다면 이번 연구는 그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지난 일주일 반 동안 매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연 보충제를 먹고 있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전인 20일에는 "하루나 이틀이면 복용이 끝날 것 같다. 이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복용 자체가 거짓말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난 4월에도 미 보훈병원에 입원했던 코로나19 환자를 상대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여시 사망률이 갑절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나 대상이 400명도 되지 않은 소규모 연구였다.
최근 미 뉴욕시에서 약 600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별다른 효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