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역사를 자랑해온 MBC표준FM(95.9㎒) 대표 프로그램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의 DJ가 갑작스럽게 교체되면서 방송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을 하루아침에 없앴다는 비판부터, 후임 DJ의 과거 언행을 둘러싼 논란까지 후폭풍이 한창이다.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배기성과 함께 '싱글벙글쇼'를 진행하게 된 팟캐스트계 유명인사 정영진이다.
정영진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EBS 1TV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김치녀'라는 말이 기분 나쁜 여자들은 자기는 살짝 김치녀인데 아니라고 하는 여자들"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남성이 여성에게 돈을 쓰는 비용이 스킨십과 이어진다",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매춘과 다르지 않다" 등 한쪽 성별을 혐오하는 듯한 발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제시 처분을 받았다.
강석, 김혜영이 워낙 오랜 세월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역할을 한 만큼 후임 진행자들에 대한 청취자들의 눈은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취자들은 강석, 김혜영이 없는 '싱글벙글쇼'는 사실상 폐지된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강석의 성대모사가 일품이었던 시사콩트 역시 다시 그 수준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의 반발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라디오는 찾아 듣기보단 그냥 틀어놓고 배경음처럼 듣는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목소리가 달라지는 데서 오는 낯섦이 있다"면서 "새 DJ들이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기존 진행자들이 워낙 잘해왔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행자 선정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트렌드로 새 프로그램을 구성해보자고 생각해볼 순 있지만, 고정 청취자들이 원하는 것을 살펴야 한다"며 "실제로 팟캐스트와 지상파 라디오는 청취자층, 발언 수위 등의 측면에서 역할이 달라 무조건 따라갈 게 아니다. 매체에 맞는 진행자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