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줘도 안팔려"…코로나19 덮친 홍콩 부동산 '거래 스톱'

입력 2020-05-06 10:50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진 홍콩 부동산 시장에 가격을 대거 낮춘 급매물이 잇따르고 있지만, 거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홍콩의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코즈웨이베이 지역의 헤네시 로드에 있는 소고 백화점 인근 6층짜리 빌딩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코즈웨이베이 지역은 세계에서 토지 가격과 상가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빌딩 전체가 매물로 나온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홍콩 도심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빌딩 전체가 아닌 층별 혹은 점포별로 거래가 이뤄진다.

연면적 929㎡ 규모에 스위스 명품 시계 브라이틀링 매장 등이 입점한 이 빌딩은 10억 홍콩달러(약 1천580억원)의 매도가가 제시됐지만, 빌딩 소유주는 이보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콩 번화가인 완차이 지역에서는 상업용 빌딩의 한 층 전체(연면적 331㎡)가 3천500만 홍콩달러(약 55억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이는 소유주가 당초 제시했던 가격보다 15% 낮은 가격이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홍콩 도심의 부동산은 그 가치가 워낙 높아 매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지만, 최근에는 소유주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큰 나머지 매각에 나서고 있다"며 "이마저도 거래가 자꾸 불발되면서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 홍콩에서 이뤄진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20건, 75억 홍콩달러(약 1조2천억원) 규모로,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경제는 올해 1분기 8.9%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홍콩소매업협회는 이달 말까지 5천200여 개 점포가 문을 닫고, 1만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는 '큰손' 역할을 했던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사라진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이어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사태를 맞아 그동안 홍콩 부동산 시장의 주요 매수자 역할을 했던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이제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홍콩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접어들자 상업용 부동산은 물론 고급 주택 시장에서도 현금 유동성 부족에 내몰린 기업 소유주나 임원들이 손해를 보고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홍콩 타이포 지역의 한 주택은 최근 1천890만 홍콩달러(약 30억원)에 팔렸는데, 이는 지난 2015년 거래가보다 450만 홍콩달러(약 7억원)나 낮은 가격이다.

큰 정원이 딸린 성수이 지역의 한 고급주택은 4천350만 홍콩달러(약 68억원)에 매각됐는데, 이 또한 7년 전 매수가보다 450만 홍콩달러 내린 가격이다.

SCMP는 "현재 홍콩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홍콩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소유주들이 서둘러 손절매에 나서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은 이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