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일로에 있던 지난 2월 말부터 3월까지 전국 사망자 수가 예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는 4일(현지시간) 공개한 '코로나19가 인구 사망률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월 20일 이래 3월 말까지의 총사망자 수는 9만946명으로 2015∼2019년 같은 기간 평균(6만5천592명)보다 2만5천354명(38.7%) 더 많았다.
사망자 증가분 가운데 54%인 1만3천691명은 코로나19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 포함된 수치다.
ISS는 1만1천600여명에 이르는 그외 증가분에 대해 ▲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으나 실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 ▲ 코로나19가 지병을 악화시켜 사망한 사례 ▲ 코로나19로 의료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지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 등 세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코로나19의 실제 사망자 수가 통계에 잡힌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으로 치닫던 3월 한 달만 보면 2015∼2019년 평균 대비 49.4% 많았다.
지역별 사망자 증가율은 바이러스 확산세가 가장 매서웠던 북부지역이 95%로 가장 높았고 중부가 9%, 남부 2%였다.
북부에서도 이탈리아 내 바이러스 확산 거점으로 지목된 롬바르디아주가 186%로 다른 주들을 월등히 앞섰다. 롬바르디아와 함께 바이러스 첫 확산지였던 베네토는 24%로 양호한 편이었다.
롬바르디아주 내에선 베르가모 지역이 무려 568%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르가모는 이탈리아 내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지역이다. 이후 감염자와 사망자가 무섭게 증가하면서 인구 대비 확진율과 치명률 등이 전국 최상위권에 올랐다.
화장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군용트럭이 시신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장면과 통상 1∼2개 면에서 10개 면까지 늘어난 현지 신문 부고란 등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베르가모 외에 크레모나(391%), 로디(371%), 브레시아(291%) 등 롬바르디아주 도시들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의 피아첸차(264%)도 사망자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곳으로 꼽혔다.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수도 로마와 로마를 낀 중부 라치오주는 오히려 9%, 8%씩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사망과 관련해서는 19세 이하 연령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사망률이 높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4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1만1천938명으로 미국, 스페인에 이어 세번째다. 사망자는 2만9천79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