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로 중단된 급식…영국, 밥굶는 어린이 2배 급증

입력 2020-05-04 16:54


영국에서 배를 곯는 아이가 있는 가구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배로 급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옵서버는 식량실태 조사기구인 '푸드 파운데이션'의 새 자료를 인용해 영국 내 다섯 가구 중 한 가구의 아이들이 코로나 19 봉쇄 조처 이후 지난 5주간 충분한 식사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취약 계층은 식량 공급 사정이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정의 30%, 지체 장애 아동이 있는 가정의 46%가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위기에 봉착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취약 계층 아동에게 아침값을 지불 유예하는 '프리 브랙퍼스트'(공짜 아침) 클럽과 학교 급식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교가 다시 문을 열 때까지 주간 15파운드(1만8천400원)의 푸드 바우처를 학생들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봉쇄 상태에서는 이마저도 부모들이 바우처를 내려받기해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문제를 촉발하고 있다.

푸드 파운데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까지 공짜 아침을 먹을 수 있던 62만1천명의 학생 가운데 현재는 5분의 1 수준인 13만6천명만이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받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공짜로 학교 급식을 먹던 학생의 31%는 대체 프로그램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 50만명이 넘는 아동이 결식 상태라고 이 기구는 지적했다.

푸드 파운데이션의 아동급식 프로그램인 '칠드런즈 라이트2푸드' 캠페인에 참여하는 영국 배우 에마 톰슨은 옵서버에 "이렇게 부유하고 능숙한 나라에서 여전히 배를 곯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톰슨은 "정부가 먹거리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생명줄을 뻗어줘야 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고통받는 가계의 호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소득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통계도 영국의 심각한 아동 결식 상황을 대변한다.

빈곤퇴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트러셀 트러스트'는 올해 3월 말 현재 푸드뱅크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작년 같은 시기보다 81%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푸드뱅크 수요는 121% 늘어 더 심각하다.

푸드 파운데이션의 앤 테일러 집행국장은 정부가 비상 소득지원 계획을 입안해야 하며 아이들에게 2주에 한 번씩 두 배 늘어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