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귀화 빅토르 안(안현수) 은퇴…"무릎 통증 회복 어려워"

입력 2020-04-28 20:23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러시아 빙상연맹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빙상연맹 회장은 이날 "(서울에 있는) 빅토르 안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빅토르 안은 지난 2018년 9월에도 은퇴를 발표했다가 뒤이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준비를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국적으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렸던 빅토르 안은 국내 빙상계 파벌 논란에 휩싸이고, 심한 무릎 부상으로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도 따내지 못하는 등의 시련을 겪다가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뒤이어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팀 소속으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며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에서 7번째 금메달 도전을 계획하다가 좌절됐다.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개인 자격으로도 평창에 가지 못했다. 빅토르 안은 금지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빅토르 안은 이후 2018년 9월 러시아에서의 선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갔으나 이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러시아는 빅토르 안이 선수로 복귀하면 환영하며, 자국 국가대표팀 코치나 고문으로 영입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빙상연맹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시즌이 내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즌이었다는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린다"라며 은퇴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쇼트트랙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되지 않는다"라며 "모든 팬에게 겸손하게 감사의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빅토르 안은 "지난해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아주 열심히 준비했다"라며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기간에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했다. 내 생각에도 컨디션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러나 "지금 몸 상태로는 시즌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계속되는 무릎 통증으로 치료와 재활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제대로 훈련하기 어렵다"라며 "무릎 통증으로 다른 부상도 생겨 컨디션 유지가 더 어려워졌다. 동기 부여만으로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빅토르 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지만 함께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글을 맺었다.

한편, 빅토르 안은 향후 계획에 대해선 "쇼트트랙 없이는 '안현수'도 '빅토르 안'도 없다. 쇼트트랙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라는 말을 남겼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빅토르 안은 부상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나이가 됐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눠왔고, 은퇴 소식이 놀랍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빙상연맹은 2년 전 빅토르 안에게 코칭스태프로 합류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그리고리예프 감독은 "빅토르 안이 코치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지만 러시아 대표팀은 아니다"라며 "현재 중국 대표팀이 최고의 전문가들을 찾고 있다. 빅토르 안이 최적의 후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