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업 의존도 낮추자"…미·일·유럽 '탈중국' 목소리 커져

입력 2020-04-25 17:04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 강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중국 제조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출구 전략을 짜면서 중국은 외국 제조업체를 붙잡는 싸움에 직면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싣고 주요 선진국의 '탈중국'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최근 미국, 일본, 유럽의 고위 당국자들은 공개적으로 제조 기업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EU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행동은 가장 빠르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중국에서 나와 자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22억 달러 규모의 기금 운용 계획을 공개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중국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우리 산업을 중국 같은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반드시 취약한 산업 사슬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CMP는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은 비용 상승과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 탓에 중국 밖으로 떠나는 중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가 얼마나 많은 제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지가 조명되면서 이런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심각한 부족 현상을 겪는 의료 장비와 의약품의 경우 탈중국 흐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의료 물품 공급사인 프리미어의 마이클 알커 회장은 "N95 마스크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전 해외 생산과 국내 생산 비용은 각각 30센트, 34∼36센트가량이었다"며 "우리가 뉴욕에서 본 (코로나19 확산) 장면이 널리 퍼지면서 앞으로는 공급 사슬이 심각하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실제로 현실화한다면 중국에는 당혹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중타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쉰레이는 당장은 이런 주장들이 중국에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거세지는 '탈중국' 주장이 정치적인 의도와 뒤섞여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제조 기지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 미 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공급망을 해외로 옮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커 깁스 상하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래리 커들로가 미국 기업이 모국으로 이전할 때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한 언급을 봤지만 그게 진짜 비즈니스 수요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업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여행 가방을 싸서 나가는 것 같은 게 아니고 매우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