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한국의 10대 수출품에 '컴퓨터'가 재진입했다.
PC, 노트북 등 컴퓨터 품목의 수출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진 2월과 3월 80%대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년 만에 가장 커졌다.
23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한국의 총수출액은 1천308억700만달러 중 10대 상품 수출(718만3천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54.9%로 집계됐다.
반도체가 17.8%로 1위를 유지했고 자동차 6.9%, 석유제품 6.8%,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4.3%, 자동차부품 4.2%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연간 기준)와 비교하면 자동차와 석유제품의 순위는 같았으나 비중은 각각 1.0%포인트와 0.7%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부품은 4위에서 5위,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는 5위에서 8위로 내려갔다.
이들 품목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줄고 생산·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출이 부진했다.
반면에 컴퓨터는 2018년 10위에서 2019년 10위권 밖으로 밀렸으나 올해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의 확산에 힘입어 전체의 2.4%인 31억7천700만달러를 수출하며 9위를 기록했다.
수출통계상 컴퓨터는 노트북, 데스크탑, 모니터, 프린터, 스캐너,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컴퓨터부품을 아우른다.
올해는 아직 1분기 집계치이긴 하나 2010년 2.0% 이후 처음으로 한국 수출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었다. 이는 2008년 2.5% 이후 최대치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도 컴퓨터는 1월 43.7%, 2월 89.2%, 3월 82.3% 등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경제가 글로벌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며 컴퓨터의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재택근무와 학교 수업의 온라인 강의 전환, 홈스쿨링 확산으로 컴퓨터·모니터·키보드·마우스 등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은 3월 1∼2주 미국 내 모니터, PC, 그 외 키보드 같은 액세서리 판매가 예년 3월 매출과 비교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컴퓨터 모니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2배로 증가했고, 마우스와 키보드, 노트북 판매는 10%씩 성장했다.
유럽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벨기에는 모든 기업의 재택근무가 의무화됐고 덴마크는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베트남, 오만 등 개발도상국도 재택근무나 온라인 회의가 늘면서 관련 인프라 확충과 디지털 산업의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