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전범들이 합사(合祀)된 야스쿠니(靖國)신사의 매년 봄·가을 제례 때 참배를 거르지 않았던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일본 영토문제담당상(장관)이 올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참배하지 않는다.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에토 영토문제담당상은 21일 시작되는 춘계예대제(例大祭)에 맞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하기로 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 자제를 요청하는 점을 들어 "매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지만 이번은 삼가겠다"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나라를 위해 숨진 분들인데, 참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불요불급한 외출'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 뿐이지, 야스쿠니신사 참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또 신사 측에 '마사카키'(??)로 불리는 공물을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작년 9월 입각한 뒤 추계예대제 때 에토 영토문제담당상과 함께 야스쿠니를 참배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도 같은 이유로 참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앞서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국회의원 모임)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올 춘계예대제 기간의 야스쿠니 참배 계획을 취소했다.
춘계예대제는 봄에 거행하는 제사 의식으로, 가을의 추계예대제와 함께 야스쿠니신사의 중요 행사로 꼽힌다.
'국회의원 모임'은 1981년 출범 이후 매년 두 행사 때와 8월의 태평양전쟁 종전 기념일에 맞춰 집단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왔다.
지난해 춘계예대제 때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 70명이, 10월의 추계예대제 때는 의원 98명과 비서 등 대리 출석을 합친 165명이 참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산 이후로는 직접 참배하지 않고 신사 제단에 세우는 나무인 '마사카키'를 공물로 바치는 형식으로 매년 춘·추계 예대제를 치러 왔는데, 올봄 행사 때는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인 야스쿠니신사는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으로 통한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천여명이 합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