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가 19일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로 전락했다.
또 당분간 기숙사에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19일 코로나19에 596명이 새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6천588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1개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그동안 동남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인도네시아는 19일 코로나19에 327명이 새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6천5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이날 누적 확진자는 6천259명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누적 확진자는 각각 5천389명과 2천765명으로 집계됐다. 그 외 동남아 국가의 누적 확진자는 모두 300명 미만이다.
싱가포르 보건 당국은 이날 신규 확진자의 대다수가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라고 밝혔다. 이들 외에 25명은 싱가포르 국민 또는 영주권자라고 설명했다.
확진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날 밤 공개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전날 942명이 신규로 확진 판정을 받아 일일 최다를 기록했고, 지난 16일과 17일에도 각각 447명과 728명이 새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확산이 가파른 추세다.
이 때문에 지난 12일까지 2천532명이었던 누적 확진자가 불과 1주일 만에 2.6배로 증가했다. 밀집한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감염자가 폭증한 탓이다.
싱가포르에서는 20만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기숙사 43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권단체가 오랫동안 좁은 공간과 비위생적 환경 문제 등을 제기했던 곳이다.
코 분 완 교통부 장관은 19일 외국인 이주노동자 기숙사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창이 이스트 지역에 기숙사들을 신축하고 있다면서 기존 이 지역 기숙사 3곳도 개보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셴룽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노동자 기숙사 내 감염 사슬을 끊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결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더 많은 기숙사 이주노동자 감염 사례를 볼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싱가포르는 휴교 또는 개학 연기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지난달 23일 예정대로 학교 문을 열었다. 당시 옹 예 쿵 교육부 장관은 "학교 안이 더 안전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등교 개학 이틀 만에 한 유치원에서 20명가량이 집단 감염되자 며칠 뒤 '매주 한 차례 재택수업'으로 한발 물러섰다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자 이달 3일 아예 재택수업으로 전환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싱가포르 당국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누적 확진자가 1천명을 초과한 이달 2일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무료 마스크까지 배포했다.
또 11일 누적 확진자가 2천명을 넘어서고 나서야 일부 부처가 부랴부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에 나섰다.
이어 누적 확진자가 3천명을 초과한 14일 장소를 불문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