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료붕괴 현실화…격리환자 '한국의 3.9배'

입력 2020-04-19 16:28
수정 2020-04-19 16:32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한국보다 많아진 가운데 아베 신조 정부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응이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와 일본 공영방송 NHK의 집계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1천145명으로 한국의 누적 확진자(1만661명)보다 484명 많다.

이처럼 일본의 확진자 수가 한국을 추월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 양국의 방역 대응 차이는 확진자의 구성을 들여다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전체 확진자 중 237명이 사망하고 1천713명이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나머지 9천195명은 병원이나 숙박시설 등에 격리된 채 환자 상태로 남아있는 셈이다.

한국은 전체 확진자 중 8천42명이 격리 해제됐고 234명이 사망해 격리 중인 환자는 2천385명이다.

결국 격리 상태의 일본 확진자는 한국의 약 3.85배로, 한국보다 6천810명이 많다는 얘기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도 한국은 갈수록 줄어 18일에는 8명에 그쳤지만, 일본은 15일부터 나흘 연속 500명을 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일본은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미확인 감염자가 다수 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이는 양국의 서로 다른 대응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국은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을 포함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대거 검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 위치정보시스템(GPS) 자료, 신용카드 사용기록, 폐쇄회로(CC)TV 기록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공개했다.

이런 대응에 힘입어 한국은 최근 2주간 확진자 424명 중 96.7%의 감염 경로를 파악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역학 조사 때 확진자의 진술에 주로 의존하면서 감염 경로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예를 들어 교도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18일 도쿄의 신규 확진자 181명 가운데 68%에 해당하는 124명은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은 뒤늦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위치정보를 이용해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도 앱이 개발 중인 상태다.

또 원하는 이들만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라서 실효성이 적을 수도 있다.

특히 일본은 일반 환자나 코로나19 경증 환자가 병원에 몰리면서 중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겠다며 일정 기준을 충족한 이들만 선별해 검사하는 시스템을 선택했다.

그 결과 보이지 않는 감염 확산을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도쿄의 여러 병원에서는 원내 감염 확산을 우려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응급 환자를 거절하거나 코로나19 환자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없어 다른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병상이 부족해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이 아닌 병원에 부탁해 병상을 급조하고 있고 평소 전염병 대응을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의료진이 당혹감 속에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오사카시에서는 방호복이 부족해 대용품으로 비옷을 사용하는 등 의료용품 부족 상태도 심각하다.

이에 아베 신조 총리가 사과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무를 담당할 일선 검사기관에 과부하가 걸려 검사 실적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일본은 2월 초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오는 등 한국보다 일찍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를 겪었지만, 현재와 같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