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버텨낼 실탄 없다"...한계기업, 2년 새 두 배↑

입력 2020-04-09 09:59
수정 2020-04-09 10:06
- 상장사 현금보유 10.3조원 감소하고 순차입금 65.7조원 늘어
- 기업 5개중 1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한계기업은 2년간 2배 급증
- 재고 팔리는데 평균 한달(31.7일) 넘게 걸려, ‘악성 재고’ 사상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오늘(9일), 코스피 상장기업 685개사의 개별·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업황 부진으로 인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상장사 현금 10.3조원 감소하고 순차입금 65.7조원 늘어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상장기업 685개사의 현금성자산은 2018년 142.0조 원에서 지난해 131.7조 원으로 10.3조 원(△7.3%) 감소했다. 절반 이상인 355개사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이 줄면서 전체 상장기업 현금성자산은 2년 연속 줄었고, 2018년도 -3.2% 대비 감소폭도 커졌다.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 보유 비중인 현금자산비율도 2016년 9.3%에서 2019년 7.6%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기업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02.6조 원으로 2018년 137.7조 원 보다 25.5% 감소했으며, 최근 5개년도 중 가장 적은 금액이었다.

한경연은 "상장기업 현금성자산의 감소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차입금은 증가하는데 반해 현금유입은 줄어들어 기업들의 재무부담이 가중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5개중 1개는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한계기업은 2년간 2배 증가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은 143개로, 상장기업 5개중 1곳(20.9%)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경연 분석기간인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가장 많은 기업 수로 2016년 94개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또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인 '한계기업'은 2017년 28개에서 지난해 57개로 두 배 늘어났다. 한경연은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해 수익성이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재고에서 매출까지 한달(31.7일) 넘게 걸려, ‘악성 재고’ 사상 최대

지난해 상장기업이 보유한 평균 재고자산은 99.9조 원으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한경연은 "작년 재고자산 증가는 팔리지 않아 쌓인 '악성 재고'이며, 영업부진과 함께 기업 현금보유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재고가 매출로 반영되는 속도인 재고자산회전율은 11.5회로 2017년 14.3회 이후 2년 연속 감소해 기업들의 재고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평균일수는 2017년 25.5일에서 2019년 31.7일로 2년 만에 일주일가량 늘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만성적 한계기업이 증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해 한계상황까지 내몰리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존립의 기로에 서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