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 만에 풀린 '우한 봉쇄'…한국행도 가능할까

입력 2020-04-08 16:56
수정 2020-04-08 16:57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였던 중국 우한(武漢)시의 봉쇄가 풀렸다.

이날 0시부터 우한 외곽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해 차들이 줄을 지어 빠져나가고 있고, 우한의 주요 기차역과 공항에서도 많은 이들이 중국의 다른 도시로 떠나는 중이다.

두 달 넘게 진행된 우한 봉쇄 해제는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상징하는 일이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조차 코로나19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지는 우한 봉쇄 해제가 자칫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큰 편이다.



중국 당국의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 우한 교민들과 총영사관의 설명 등을 바탕으로 우한 봉쇄 해제와 관련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우한 봉쇄 해제로 모든 우한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가

▲ 8일 0시부터 원칙적으로는 우한에 있던 사람들이 도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0시부터 많은 차량이 고속도로 등을 통해 우한을 빠져나갔다. 우한 주요 기차역과 공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우한을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우한을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한 밖으로 나가려면 현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건강 코드'가 녹색이어야 한다. 또 우한시는 코로나19 확진자 또는 무증상 감염자가 나온 일부 단지를 새로 폐쇄했는데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우한 봉쇄 해제에 따른 이동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은 일정 수준의 제약이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징이나 선전 등 중국의 일부 지역은 출발 전에 우한에서 발급받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봉쇄 해제 첫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한 밖으로 나갈 것인가

▲ 하루 최소 수십만명이 우한 밖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우한을 빠져나가는 기차 편만 모두 276편이며 예약자만 5만5천여명에 달했다. 지난 1월 23일 우한이 예고 없이 봉쇄되면서 원래 우한 주민 외에도 출장, 여행, 친지 방문 등 목적으로 우한을 잠시 찾아왔다가 발이 묶인 중국인과 외국인만 해도 수십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봉쇄 해제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우한에 있던 사람들이 중국의 다른 지역에 가면 곧바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나

▲ 중국 중앙정부가 당국이나 일관된 지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베이징, 저장성, 광둥성 등 중국의 다수 지역에서 우한에서 온 사람들을 우선 격리한 채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중 일부 지역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와도 '의학 관찰'을 위해 2주간 추가 격리를 한다. 추가 격리가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게 되면 이르면 하루이틀 안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별로 세부 대응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먼저 봉쇄를 해제한 후베이성의 다른 지역 주민들이 겪은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음성 판정 이후에도 일정 기간 추가 격리되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당국의 통제가 쉬운 철도·항공편 이용 승객과 달리 자가용 이용자들의 경우에는 중국에서도 100% 추적 관찰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한 주민이 한국 등 해외로 곧바로 출국하는 것도 가능한가

▲ 우선 이날 우한 봉쇄가 해제됐지만 우한 톈허공항은 국제선과 홍콩·마카오·대만 노선 운영을 계속 중단한다. 봉쇄된 우한에 갇혀 있던 사람이 먼저 중국의 다른 도시로 이동해 현지 공항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의 다른 도시 공항들이 우한에서 온 이들을 곧바로 해외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게 허락할지는 아직 확실한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재 우한의 코로나19 상황은 안심할 수 있는 정도인가

▲ 공식 통계로는 우한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6일에 이어 7일도 우한에서는 단 한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 봉쇄 해제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우한시에는 아직 중증 및 위중 환자를 포함해 445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 당국이 국제 기준과 달리 확진 환자로 분류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는 계속 상당 규모로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하루에만 우한에서는 무증상 감염자가 34명 새로 발견됐다. 한국 등 다른 나라의 기준으로 한다면 우한은 신규 환자가 없는 곳이 아니라 여전히 일일 수십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후베이성 정부 역시 우한 봉쇄를 해제하면서도 "신규 환자가 없다는 것이 위험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앞서 안전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먼저 봉쇄가 해제된 후베이성의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간쑤성, 광둥성 등 타지로 이동해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사례가 있는 점도 중국에서 불안감이 큰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인 등 외국인이 우한에서 다시 정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우한에서 버스·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거나 슈퍼마켓·사무실 등이 있는 대형 건물에 들어가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건강 코드'가 정상을 뜻하는 녹색을 가리켜야 한다. 그런데 현재 후베이성은 외국인에게는 건강 코드 접근을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우한에 남아 있는 한국 교민들은 우한 현지 주민들과는 달리 여전히 집 밖에 나가 정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외부에서 출장을 가는 경우에도 '건강 코드'가 발급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호텔 투숙도 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