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시사 "고소득자 환수 전제"

입력 2020-04-08 14:59
수정 2020-04-08 15:13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고소득자에 대한 것(지원금)을 환수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보편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100%로 확대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정부 입장은 70%에게 주자는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정세균 총리는 "현재 정부 입장은 당정협의 등을 통해 확정한 70%에게 주자는 것으로, 기확정된 상태가 정부의 정책"이라고 확인하면서도 "그럼에도 내 생각이 어떤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속성과 행정편의 차원에선 국민 100%에게 다 주는 게 쉽고 논란의 소지도 없지만 이것은 금액이 상당히 크다"며 "이런 경우는 개인적으로 선별적 복지, 즉 꼭 필요한 분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는) 그런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급하고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런 때는 타협을 할 수도 있겠다"며 "말하자면 (긴급재난지원금을) 다 드리되 고소득자에 대해선 환수 장치가 마련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보편적으로 못할 일도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정치권의 지급대상 100%로 확대 주장과 관련해서는 "모두가 다 통일이 됐다면 정부로서는 훨씬 더 경청하게 될 터이지만 아직은 각 정치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이지 여당과 야당, 국회 전체의 통일된 의견이 나온 상황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정 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 긴급재정명령 발동에는 회의적 입장을 표했다.

정 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며, 국민들이 힘들 때 지원해줘야 한다"며 "속도를 생각하면 이런 것, 저런 것 따지지 않고 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재정집행은 세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원이 마련돼야 지급할 것 아니냐"며 "정부는 이번에 세원을 빚내서 마련하는 것이 아니고 기정 예산을 절약하거나 불용 예산을 찾아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속도가 급하기는 한데 재원 마련, 세입 예산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내일 모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내리면 된다고 하는데, 세출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세입은 안된다"며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와 충분히 협조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최소한의 시간과 절차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 '어떻게 줄까' 보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국회 제출 시기에 대해서는 "총선 전에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원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속도를 내어 빨리 결론을 내고 2차 추경안이 준비될 수 있도록 기재부 등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자가 격리자 관리를 위한 전자 손목 밴드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단계"라면서도 도입의 불가피성을 에둘러 피력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은 선(善)이고, 코로나19가 지속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은 악(惡)이라는 것이 제 판단"이라며 "대의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슨 일이든지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지자체가 밀접히 관리해왔는데도 기대에 어긋나게 '룰'을 어기는 사례가 왕왕 있었다"며 "국내 자가격리자에 더해 해외 입국자를 합치면 자가격리자가 아마 6만∼7만명 까지도 갈 수 있어 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지 고민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효율적 자가격리에 대해서도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로,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라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효과도 떨어지니 신중히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가격리 상태는 금방 끝날 일이 아니고 상당히 오래 지속되야 하는데 지자체의 행정력 전부를 거기에 빼앗기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느냐"며 "여러가지를 종합 검토하고 국민 의견을 존중해 조만간 결론내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관련 대책에 대해선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업종은 '모빌리티'로 비행기(항공) 쪽은 80% 이상, 관광과 숙박 쪽 피해도 크다"며 "이 부분은 국가적 차원에서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취한다는 원칙을 갖고, 해당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애로를 겪는 대기업까지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치유하고, 이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마스크 수급과 관련해서는 "이달 말이 되면 1천500만장까지 (일일) 생산이 가능하다"며 "아마 이달 말쯤에는 국민들이 편해질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동시에 세계 100개국이 진단키트를 요청중인데 개인적 생각이지만 진단키트 하나만으로 외교를 하고 국격을 높이기는 부족해 국민 불편이 어느정도 완화되면 소량이라도 마스크를 외교적으로 활용하면 어떤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더 안끼치면서 국가의 격을 높이는데 마스크를 활용시키는 날이 빨리 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9일 시작되는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너무 겁을 내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인드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정보화 격차가 있는데, 이번에 원격 교육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 국민 간 정보화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 정보화를 레벨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감히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또한 아울러 "무조건 국경을 차단하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최소한의 국제교류를 이뤄지게 하는 것이 국격을 높이고 국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와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그 이후도 걱정해야 한다"며 "국내 정치 상황 등이 있어 총선 이후로 미뤄놓았는데 '목요 대화'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목요대화는 총선이 끝나고 나면 곧 시작할 작정"이라며 "이번 달 안에 출범할 것"이라고 전했다.

목요 대화는 정 총리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협치 모델로, 매주 목요일 정계와 노동계, 경제계 등 사회 각계 각층 인사와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