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제는 일본의 확진자가 급증하며 정부가 '긴급사태' 선포를 눈앞에 뒀다.
미국은 확진자가 33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는 1만명에 육박했으나 아직도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당국자들은 이번주와 다음주 사이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안정 찾나 했더니…일본 긴급사태 선포 '눈앞'
통계 서비스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일 오후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27만4천346명으로, 100만명 선을 넘긴 이후에도 가파른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사망자도 6만9천480명에 이른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의 감염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의 확진자는 33만6천830명, 사망자는 9천618명을 기록 중이다.
스페인은 확진자가 13만1천646명으로 이탈리아(12만8천948명)보다 많지만, 사망자는 이탈리아가 1만5천887명으로 스페인(1만2천641명)을 앞섰다.
독일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0만123명, 1천584명을 기록 중이다.
프랑스는 확진자 9만2천839명에 사망자 8천78명으로, 공식 집계로만 보면 발원지였던 중국(확진자 8만1천708명·사망자 3천331명)보다 다른 국가들의 피해가 더 큰 실정이다.
그나마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채 며칠째 유지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스페인의 신규 확진자 수는 많을 때 일일 8천명대에 이르렀으나 이달 들어 서서히 줄어들며 지난 2일 7천947명, 4일 6천969명에 이어 5일에는 5천478명까지 내려왔다.
지난달 21일 6천557명까지 치솟았던 이탈리아도 지난달 30일 이후 4천명선을 유지 중이다. 5일 이탈리아의 신규 사망자 수도 525명으로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적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볼 때 여전히 신규 확진자 증가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파르지만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뉴욕주에서 신규 사망자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해 기대감을 키운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백악관 브리핑에서 현 상황을 1·2차 세계대전에 견주며 "이번주와 다음주 사이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비 벅스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지난 4일 브리핑서 뉴욕, 디트로이트, 루이지애나 등 '핫스팟'(집중발병지역) 3곳의 경우 앞으로 6~7일 내에 사망자가 급증세를 보일 것이라며 "식료품점이나 약국도 가지말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만 해도 상대적으로 감염자 수가 적었던 일본은 뒤늦게 환자가 폭증해 급기야 '긴급사태'를 곧 선언할 전망이다.
일본은 6일에도 신규 확진자가 362명 늘어나며 사흘 연속 증가세가 300명대를 기록했으며 특히 전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사태를 선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며, 이르면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여왕 이례적 대국민연설…존슨 총리, 병원 입원
5일 영국에선 세계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결국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총리실은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열흘이 지나도록 미열 등 증세가 사라지지 않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응급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영국 여왕은 이례적으로 대국민연설을 통해 단결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특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1997년 며느리인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장례식 직전, 2001년 걸프전 개전 당시, 2002년 모친인 왕대비 별세 당시 등 세 차례뿐이다.
여왕은 이날 TV 등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2차대전 당시였던 1940년 여동생 마거릿 공주와 함께 한 대국민 연설이 떠오른다면서 "모든 사람이 이 도전에 응전한 방식에 대해 나중에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후세는 우리가 아주 강인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충제 효과 주장 속 트럼프의 말라리아 치료제 권유 발언 '논란'
이제 전 세계인의 관심은 치료제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치료제만이 결국 이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5일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복용을 권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 브리핑서 "나는 의사가 아니다",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잃을 게 뭐가 있느냐", "사실, 일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코로나19에 대한 효능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라"고 권했다.
AP통신은 '팩트 체크'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고, 효과가 없을 수도 있는 약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보건 전문가들조차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주에선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이내에 죽인다는 세포배양 실험 결과가 나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화제가 됐다.
호주 모니쉬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항바이러스 연구'(Antiviral Research) 최신호를 통해 세포 배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버멕틴에 노출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물질이 소멸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세포 배양 실험에서 나온 결과여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