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의 준법경영을 위해 만들어진 준법감시위원회가 당초 취지와 달리 연일 과거사를 들춰내면서 삼성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면서, 부적절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수 기자입니다.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출범한지 딱 한 달 만에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무노조 경영 폐기를 권고했습니다.
이어 삼성 해고자 문제를 듣기 위해 시민단체들을 만났고, 이 사안을 바로 이번 달 회의 안건으로 논의했습니다.
준법경영을 위해 만든 준법위가 사실상 삼성의 과거사 청산위원회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화인터뷰>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실은 준법감시위원회라는 게 과거사청산위원회처럼 그렇게 운영돼선 안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경우는 너무 과거사 청산에 치중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방향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어긋나지 않는가..."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로 만들어졌지만, 이제 시민단체들은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준법위 자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준법위에 대한 비난과 함께 준법위가 과거사를 들추면서 생기는 부정적인 여론을 모두 감수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만 실추시킬 수 있는 총수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준법위가 요구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안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금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경영권 승계가 잘못됐다' 이것은 우리 법리적으로 불법이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 불법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사과를 요구한 것은 스스로 불법임을 시인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아서... (준감위가) 잘못된 해답을 낸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기자회견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등 다른 방식으로 준법위 권고를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부가 바뀔 경우, 대국민 사과가 오히려 재판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어 삼성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