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하루 1천만 배럴 줄어야"…국제유가 이틀째 폭등

입력 2020-04-04 05:51
원유 감산 논의 급진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유 감산 합의 발언 이후 국제유가는 이틀 만에 32% 이상 올라 주간 기준 역대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국제원유 시장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과 감산 논의 등의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 보도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6일 열릴 예정인 OPEC+ 장관급 화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자국 주요 석유기업 대표들과 한 화상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푸틴은 회의를 시작하며 원유 시장 문제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와 긴밀한 접촉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고 상기시키면서 "모두가 시장의 장기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공통의 조율된 행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달 초) OPEC+ 협상 결렬의 주창자가 아니었다"면서 "OPEC+ 틀 내에서 파트너들과 합의를 이룰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고 조율된 노력과 행동으로 산유량을 줄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잠정 평가에 따르면 하루 약 1천만 배럴 내외의 감산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파트너십에 근거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산 규모 논의는 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1분기 산유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러시아에는 국가 예산에 설정된 배럴당 42달러 정도의 유가가 적당하다고 소개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은 "대통령의 하루 1천만 배럴 감산 필요성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향후 몇개월 동안 감산하고 이후 세계 경제와 수요의 회복에 따라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박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와 각국 정부가 취하는 전염병 확산 방지 대책이 국제 원유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현재 하루 약 1천만~1천500만 배럴의 수요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향후 몇주 안에 1천500만~2천만 배럴까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전 세계 산유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원유 공급과잉으로 잉여 생산분이 저장소에 채워지고 있으며 1.5개월이나 2개월 뒤에는 채울 저장소도 남지 않을 것이라면서 원유 시장의 안정성 회복을 위해선 감산을 위한 조율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공동의 노력에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과 다른 OPEC+ 국가들을 포함한 모든 주요 산유국들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노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며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은 셰일 석유를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져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사우디는 자신들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그런 목표를 세운 적이 없다. 우리는 모든 파트너의 이해를 고려해 시장 균형 회복을 위한 공정한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기대에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폭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하루 전 보다 배럴당 11.9%, 3.02달러 뛴 28.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전날도 24.67% 폭등한 바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3분 현재 배럴당 14.40%(4.31달러) 오른 34.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디지털전략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