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기타법인이 대림산업의 지분을 3월 한 달 새 5% 가까이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한진칼 사태'와 같은 또다른 경영권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오너가의 지배력이 낮은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31일 기준 대림산업 매매주체현황을 살펴보면 기타법인이 3월 한 달 동안 사들인 대림산업 주식은 156만6,537주(약 932억원)로 집계된다. 이 기간 동안 기타법인은 19거래일 연속 대림산업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초부터 2월 말까지 두 달 간 기타법인의 대림산업 주식 순매수량이 3만주를 겨우 넘은 것과 비교하면 이달 매수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누군가가 전체 발행주식 3,480만주인 대림산업의 지분 4.48%를 한 달 만에 사모은 것이다.
앞서 반도건설이 기타법인으로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한 뒤 KCGI 연합으로 한진칼 경영권 확보 대결에 나섰던 사례가 있었다. KCGI는 현재 대림산업의 주식 21.6%를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의 2대주주(지분율 32.6%)다. 다만 이번 매수세는 KCGI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CGI 측 관계자는 기타법인을 통해 대림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KCGI가 아닌 새로운 주체가 대림산업 지분 인수에 나선다면 대림산업 지배구조 이슈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대림산업의 지배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산업에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KCGI와는 달리 '제3세력'이 대림산업 지분을 바로 매입해 직접 경영권 참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도 기타법인의 특이한 매수세에 주목한다. 김승준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타법인 매수세와 관련해 "경영권 이슈가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31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2019년말 기준 대림산업의 오너가인 이해욱 회장 측 지분은 23.16%다. 뒤이어 국민연금이 12.79%의 지분을 갖고 있고, 소액 주주 비중은 60.83%에 이른다. 해외 연기금을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배당 확대를 주장하며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27일 대림산업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을 반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대림산업 매입 주체가 지방에 연고를 둔 비상장 중견 건설사라는 소문이 확산 중이다. 해당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KCGI가 보유 중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6%에 대한 인수전에도 나선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해당 매수주체인 기타법인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 회사 IR 관계자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추측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로서는 (기타법인을) 특정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