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갑질 보다 코로나 위기'…정부, 진에어 제재 해제

입력 2020-03-31 09:33
수정 2020-03-31 11:40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에 대한 제재를 20개월만에 해제했다.

진에어에 대한 제재가 풀린 것은 그동안 회사가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등 사내 경영문화 개선에 주력한 효과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위기에 놓인 것도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재 처분 자문위원회를 열고 진에어에 내렸던 제재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에어는 부정기편 운항을 재개할 수 있고 신규 노선에 취항하거나 새 항공기를 도입할 수도 있게 돼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부정기편 운항 재개가 진에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정규 국제노선이 대부분 막힌 상황에서 부정기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앞서 2018년 8월 진에어가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씨를 2010∼2016년 등기이사로 재직하게 함으로써 항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 항공법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이사를 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재를 내린 것은 항공법 위반보다는 조씨의 물컵갑질 때문이었다. 2018년 4월 조씨가 대한항공 전무로 있을 때 광고대행사 직원 등이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언과 함께 물컵을 집어 던지는 등 행패를 부린 물컵갑질이 발생하자 국민의 공분을 샀고 나비효과로 그의 진에어 이사 등재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진에어는 제재를 앞둔 청문 과정에서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사내 고충처리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경영문화 개선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그동안 이를 이행했다.

진에어는 제재 해제를 위한 노력으로 앞서 이달 25일 주총에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4분의 1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명문화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한진칼의 영향력 배제를 위해 한진칼 임원이 맡고 있던 기타비상무이사를 폐지했다.

이사회 내에 위원회를 개편하고 신설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는 거버넌스위원회로 확대됐으며, 안전위원회와 보상위원회도 새로 만들었다.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도 제정하고,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서 정하도록 했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은 "진에어가 약속한 경영문화 개선계획을 마련한 만큼 제재 해제 필요성이 있다는 면허자문회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재해제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진에어가 이런 취지대로 운영돼 신뢰받는 항공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지켜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