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 사는 30대 영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증상으로 입국해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닷새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4개 도시를 이동하면서 총 23명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가 검체채취 이후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이 영국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29일 수원시가 공개한 영국인 남성 A(수원 27번 확진자)씨의 동선을 펴보면 태국을 방문한 뒤 지난 20일 오전 8시 45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난 14일 기침 증상을 보여 감염경로가 태국으로 추정된다.
A씨는 공항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용인으로 온 뒤 버스를 타고 수원시 영통구 황골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걸어서 영통1동 자신의 오피스텔로 갔다.
다음 날인 21일 오전 10시 57분 지인의 차를 타고 타 지역으로 이동하고 나서 오후 7시 15분 지하철로 수원역에 도착해 분당선으로 환승하고 청명역에서 내려 도보로 귀가했다.
22일에는 오후 5시 51분 오토바이를 타고 영통3동의 수원반달공원에 갔다가 오후 9시 15분 집에 돌아갔다.
23일 오후 3시 30분 오토바이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체채취를 받고 귀가한 뒤 자전거를 타고 타 지역을 방문했다.
검사를 받은 사람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기고 수원시와 인근 도시를 이동한 것이다.
A씨는 검사를 받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9시 40분 영통3동에 있는 스카이 스크린 골프존을 방문했고, 3시간 20분 뒤인 낮 12시 50분 확진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성남병원에 이송됐다.
수원시와 질병관리본부는 이 남성이 공항 도착후 확진판정을 받기 전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수원, 용인, 과천, 서울 등 4개 도시를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체 검사를 받고 나서도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다중이 이용하는 실내체육시설을 이용하면서 수원에서만 총 6명의 접촉자가 발생했다.
용인, 과천, 서울의 접촉자까지 포함하면 A씨의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은 총 23명이다.
다행히 이들 가운데 확진자는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채 모두 자가격리된 상태다.
이 남성의 동선이 공개되자 수원시청 홈페이지 시민게시판에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증상발현이 있음에도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자가격리 지침도 어기고 동네를 다닌 것이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난다"면서 "제주도의 경우 제주여행 미국 유학생 모녀에게 1억 소송을 한다는데 수원시도 외국인이라고 봐주지 말라"고 밝혔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 남성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수원시 관계자는 "아무리 외국인이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검체채취 이후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한 채 외출해 수많은 접촉자를 발생시킨 것에 대해 감염병 관련 법에 따라 추후 처벌받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