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다음 달 중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주기로 한 재난기본소득을 부천시민은 빼고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에 착수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부천시처럼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시군의 경우 해당 시군 주민들은 지급대상에서 빼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장덕천 부천시장이 트위터에 '기본소득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재명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데 따른 것에서 비롯됐다.
장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는 이유는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소비패턴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잘되는 곳은 더 잘되고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부천 인구 87만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87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측은 부천시장의 공개 비판이 '재난기본소득'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시군은 빼고 지급하되, 그 재원을 여주시처럼 자체 재원으로 별도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시군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재원을 보태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주시는 이날 도와는 별개로 모든 시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며 이 지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경기도 정책에 시장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고 해서 특정 시군을 제외하고 지급할 경우 '보편적 기본소득' 원칙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또 실제로 경기도가 부천시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부천시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복지수혈' 사업이 아니라 총재원 1조3천여억원을 한시 용도의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경제수혈'이 일차적인 사업 목적이기 때문에 특정 시군이 제외된다고 해서 사업 목적이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 시장은 트위터 글로 논란이 되자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도 차원의 지급에 대한 협의가 완료된 것이므로 시장으로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관련된 더 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부천시는 빠른 지급과 그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부천지역 도의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도 부족할 때에 정치적 논란만 부추길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논쟁을 촉발시킨 것"이라며 "부천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부천시장의 공개적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24일 "재원의 한계로 일부 취약계층에만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모두가 어려운데 복지정책도 아닌 경제정책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낸 사람을 제외하는 이중차별을 할 수 없었다"며 도민 전체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경기도 기초 지자체장 협의체인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같은 날 전 국민 대상 재난기본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협의회장인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한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시장·군수 대다수가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