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성년자를 협박해 찍은 성 착취 영상을 퍼뜨렸던 'n번방'이 개설된 '텔레그램'이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사망을 피해 탈퇴 행렬이 이어지는 건 물론, 급기야 다른 메신저에 '대피소'를 운영해 영상을 계속 유포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메신저들도 또 다른 'n번방' 차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지효 기자입니다.
<기자>
미성년자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일명 'n번방'
서버가 해외에 있어 추적이 어렵고 보안이 철저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다만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체포되자 '텔레그램 탈퇴'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텔레그램 기록 삭제를 문의하는 글도 빗발치는 모습입니다.
<스탠딩> 이지효 기자
"텔레그램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음란물 창구로 쓰인 대화방들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 이용자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텔레그램의 'n번방' 이용자들을 추적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본사의 동의 없이 모든 정보를 얻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현걸 / 디포렌식 코리아 대표
"아이폰도 피싱에서 보안성이 높은 편인데, 반대로 얘기하면 폐쇄성이 높은 거고요. (텔레그램은) 운영하는 거 자체가 해외 쪽에 있잖아요. 수사협조 등에서 우리나라에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승국 / 디지털 리 포렌식 연구소 대표
"텔레그램 자체는 물리적인 획득이 안되기 때문에 분석을 못하는 거예요. 키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걸 못 찾았어요. 카카오톡은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니까."
또 다른 메신저를 새로운 음란물 유통 창구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느는 상황.
구글과 트위터, 디스코드 등 해외 플랫폼은 물론, 더는 국내 메신저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익명채팅 서비스 '오픈채팅'의 모니터링을 강화했습니다.
익명의 사람들이 접근하는 오픈채팅방이 부적절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다만 카카오톡은 텔레그램과 달리 실명 기반 서비스인데다, 국내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에도 협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주 /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텔레그램은 그게 마케팅 포인트이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가 수사 공조를 요청해도 협조하지 않아요. 정부의 협조를 안한다는 배경과 기술적으로 최고의 기술을 써서 만들었는가는 다른 거잖아요."
또 다른 유사 'n번방'을 찾아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이용자들이 여전한 가운데,
유통 채널이 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높이는 입법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