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8조원 몰렸다...17일 기점 사재기 '치솟는 몸값'

입력 2020-03-22 07:13
수정 2020-03-22 11: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우려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자 국내에서도 달러 사재기 상황이 벌어졌다.

달러값이 고공행진을 벌이는데도 달러예금 증가세는 이어졌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이 하루에만 1조8천억원이나 불어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19일 현재 430억9천8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달러예금은 이달 들어 400억달러대에 올라선 뒤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달러 보유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됐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6일. 달러예금이 그날 8억6천800만달러나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이전 이틀간(12∼13일) 25원 넘게 올라 달러 가치가 이미 높은 수준임에도 달러예금이 불어났다.

하이라이트는 17일이었다.

전날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이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나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으나 국내외 증시는 폭락세를 그칠 줄 몰랐고 원/달러 환율은 17.5원이나 급등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 종가인 1,243원은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달러가격이 급등했으나 국내에서는 달러를 팔아 환차익을 얻기보다는 달러를 대거 사들였다. 17일 하루에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이 14억2천400만달러나 급증했다. 당일 종가를 적용하면 원화로 1조7천700억원어치였다.

달러예금은 그 이후에도 18일 3억9천만달러, 19일 3억9천500만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16일부터 4일간 늘어난 달러예금이 30억7천700만달러였다.

원/달러 환율은 18일에 2.2원 올랐고, 19일에는 40원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달러 사재기는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았다.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달러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 또는 우려가 바탕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달러상품을 권하지는 않는데,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다는 이야기가 돌아서인지 창구를 찾아와 달러를 사겠다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일부 고객은 인터넷뱅킹으로 달러를 사기도 한다"고 전했다.



송재원 신한PWM 서초센터 프라이빗뱅커(PB) 팀장은 "유학생 자녀가 있거나 송금 수요가 있는 등 달러 실수요가 있는 고객 중심으로 불안 심리에 편승해 달러 매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기업 고객이 많은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저금리로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고, 추가로 환율이 오를 것을 고려해 수입대금 결제 등을 위해 달러를 산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환율이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가 변동성도 심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 역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실제 환율은 19일 40원 오른 다음 20일엔 39.2원 내리는 롤러코스터 움직임을 보였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PB팀장 ""환율의 변동성이 심화하고 있어 환율 예측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율 예측으로 달러를 매매하는 것보다 본인이 보유한 자산 중 대부분이 원화이면 분산투자 차원에서 달러를 분할 매수하면서 달러 자산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