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어선 이탈리아에서 의료체계가 열악한 남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돼 '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이탈리아 중남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 확진 양상이 북부지역에 편중돼 있었지만 지난 며칠 새 남부에서도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탈리아 시민보호처 자료에 따르면 중부 라치오주(州) 내 확진 사례는 지난 9일 102건에서 이날 823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부 캄파니아에서도 확진 사례는 120건에서 625건으로, 풀리아에선 50건에서 478건으로 늘었다.
역시 남부에 있는 칼라브리아와 시칠리아섬에서도 확진 사례는 각각 11건, 54건에서 169건, 340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확산의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아, 에밀리아-로마냐, 베네토 등 북부 3개 주의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각각 1만9천884명, 5천214명, 3천484명으로 집계돼 전체의 69.6%를 차지, 처음으로 70%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남부 지역은 북부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경제 중심지인 북부와 달리 남부는 비용 절감 조처로 인해 의료 체계가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문을 닫은 병원만 40곳에 이른다.
국제개발 전문가인 세레나 마시노 영국 웨스터민스터대 강사는 "이 지역 의사들은 장비 부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18일 기준으로 나폴리에는 아직 마스크도 없는 의사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칼라브리아주 의사들은 지난주에 마스크와 방역 고글을 지급받았지만 캄파니아 의사들은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의 의사인 주세페 크라파로는 남부지역 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 '유입 쓰나미'에 대비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앞날을 내다보며, 긴장하고 두려운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아그리젠토의 외과 의사인 파스콸레 갈레라노 역시 "남부에서 코로나19가 북부와 같은 속도로 확산한다면 엄청난 압박을 느낄 것"이라며 "이미 집중 치료 시설이 부족해 팔레르모로 환자들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누적 사망자 수를 3천405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3천245명으로 보고된 중국의 누적 사망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4만1천35명으로 잠정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