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전기차 '주춤'...고민 빠진 배터리 '빅3'

입력 2020-03-20 17:41


<앵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다 원유 증산 정책까지 더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포스트 반도체’로 낙점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덩달아 위축되진 않을지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송민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다양한 완성차 브랜드를 생산하는 유럽 공장의 ‘셧다운’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독일 국민차인 폭스바겐은 슬로바키아 공장을 잠정 폐쇄했고,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사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공장 문을 닫는 등 유럽에 거점을 둔 완성차 업계는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해외 분석기관은 이번 코로나19가 공장 가동과 소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4.3%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유럽이 탄소 규제를 강화하면서 그동안 전기차 비중을 늘려왔다는 점입니다.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줄게 돼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씽크>배터리 업계 관계자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다 같이 영향을 받을 텐데 차량 업체에서 (배터리 물량을) 요청하면 요청하는 대로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해외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을 이끌지 못한 점도 국내 배터리 업계엔 악재라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유 값이 한동안 저점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화 인터뷰> 이달석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수요 회복이 느려지고 공급량은 계속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30달러 이하에서 계속 머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전기차의 연료 효율성이 좋더라도 값싼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동력이 점점 약해지는 반면,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내연기관차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황규원 / 유안타증권 연구위원

"트럼프 대통령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상대적인 지원을 계속 해주는 상황이라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보조금도 상당 부분 삭감하는 정책을 보이면서 작년부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정체를 보이고 있거든요. 올해도 그 상황은 유지되지 않겠냐 싶고요."

우리나라가 ‘포스트 반도체’로 낙점한 배터리 산업은 지난해 ESS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유일한 버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과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실패의 불똥이 애먼 국내 배터리 업계로 튈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는 이번 사태가 화마로 번지진 않을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