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19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부결되자 당사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자신이 준비해온 발언을 이어가다 '16년 의정 생활'을 회고하는 대목에서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16년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면서 "정말 좋은 공천을 하고 싶다"는 '어린왕자의 꿈'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이어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삼고초려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이 멘 듯 연거푸 물을 마셨다.
그는 "어젯밤에도 첫번째 명단을 보고 또 봤다. 참 잘한 공천이라고 생각했다. 열번 넘게 봤다. 괜찮은 공천이었다"고 말했다.
잠시 침묵으로 감정을 추스른 그는 전날 일부 조정된 20번 순번 내 후보들에 대해 "그분들은 자기 가족이 말리는데도 자기 직장이 말리는데도 저를 믿고 이 자리까지 온 것"이라며 "그 명단은 고치면 안 된다"고 재차 호소했다.
본인의 호소가 묵살될 경우, "그것까지 바꾼다면은 저는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남겼다.
그는 "부디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서로의 욕심을 버리고 정말 총선 승리를 위해서 자기부터 버리고 다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5월 말까지 나오겠다'는 외마디를 남긴 채 허리 숙여 인사하고 퇴장하는 그의 눈에 다시 한번 눈물이 고였다.
한 대표는 총 20여분간 사퇴 회견에서 상대를 특정하지 않은 채 '가소로운 자들', '가소롭다' 등 표현을 5차례나 사용했다.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을 가진 이 당(통합당)의 인사들'이라고도 했다. '국회의원을 몇개월도 안 한 친구'가 본인을 음해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선거인단 투표 부결로 이어진 일련의 '공천 논란' 사태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려놓지만,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할 말은 참으로 많지만 4월 15일(선거일) 지나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소로운 자'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황교안 대표는 아니다"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 채 차를 타고 떠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