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리먼사태 때 집값 어떻게 움직였나

입력 2020-03-17 18:16
수정 2020-03-17 17:24
코로나19, 경제위기로 번질까
IMF사태 집값 -12.4%, 리먼사태 집값 장기간 조정
세계주택가격지수 전고점 돌파 '버블 가득'
"구조조정 등 소득감소 본격화시 부동산 하락 시작"
<앵커>

국내외 증시가 연일 폭락장세를 보이며 세계적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집중된 부동산 시장도 영향권일텐데요,

과거 금융위기 당시 집값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전효성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국내 집값이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시기는 과거 'IMF 사태' 당시입니다.

1998년 1년 동안 전국의 집값은 12.4%, 전세값은 18% 내렸습니다.

코스피지수가 42% 급락한 데 비하면 낙폭은 적었지만 당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10년 뒤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도 우리 부동산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자산도 예외가 되지 못한 겁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1800선을 웃돌다 1060선까지 가파르게 추락했는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장기간에 걸친 조정기를 거쳤습니다.

2008년 9월부터 약 5년에 걸쳐 강남권 주택 매매가격은 10% 넘게 떨어졌습니다(강남구 -17.4%, 송파구 -11.2%).

IMF·미국발 금융위기 모두 집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08년에는 3% 넘게 기준금리를 내렸지만(2008년 8월 5.25%→2009년 2월 2.0%) 증권·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앞선 경제위기 때보다 클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놓습니다.

전 세계가 긴 호황을 거치며 부동산 버블이 잔뜩 끼어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집값을 측정하는 척도인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65.11을 기록,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직전 고점(159.45)을 넘어섰습니다.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금융위기 때 은행 연체율이 약 1.5%였거든요, IMF외환위기 때 연체율이 약 7%였어요. 그런데 이게 지금 상승할 여지가 있어요. 주택담보대출을 못갚거나 연체하거나. 카드나 저축은행 같은 경우도 여신 연체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거든요…]

반면 "뚜렷한 가계소득 감소가 있어야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상초유의 제로금리로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 자영업자 도산 등 뚜렷한 소득감소가 있지 않는 한 부동산 폭락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서진형 /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 소득이 줄어야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깡통 부동산'이 되는데, 주거용 부동산 같은 경우는 '깡통 주택'이 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상권 침체 영향을 받는) 상업용 부동산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부동산 시장도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