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손해도 막심합니다.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이른바 '직구' 움직임도 위축되는 모습인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증권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해외 주식,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래가 활발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외화주식 보관잔액이라는 게 있습니다.
올해 1월 18조7,85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더니, 지난달 18조7천억원, 이달에는 16조7,404억원으로 감소하며 급기야 17조원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고,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평가액이 감소한 영향입니다. 결국 손절을 한 거죠.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거래는 계속 활발한데, 매수가 아니라 매도가 늘어난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따져보면 매도 금액이 5조2,731억원으로 매수 금액(5조747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고요.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먼저 발생하면서 큰 폭의 조정을 겪은 뒤 반등한 중국 주식을 제외하곤 전부 매도 우위입니다.
<앵커>
아무래도 해외 주식하면 미국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라든가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불렸던 미국 주식도 속절없이 무너진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3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전체 매도 금액(5조2,731억원) 가운데 약 85%에 해당하는 4조4,900억원이 미국 주식 매도 금액이니까요.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쉽게 투자했던 해외 주식이 미국 주식이었으니까 당연한 결과겠죠.
올 들어 다우지수는 약 29%, S&P500 26%, 나스닥은 23% 떨어지면서 사실상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고요.
유럽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올해 무려 35% 가까이 폭락했고요, 거의 대부분 국가의 증시가 두 자릿수 이상 낙폭을 나타냈습니다.
<앵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했음에도 약발이 듣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사실 이 금리인하를 두고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 왔습니다.
현재 나오고 있는 조치들이 대부분 통화정책이잖아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딱히 좋아질 게 없다는 거죠.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돈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생산도 멈추면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받은 총체적 위기라는 겁니다.
여기에 환율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해외 주식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입니다.
보통 주식이 떨어지면 환율은 오르는 역의 상관관계가 성립이 됐다면, 경제 위기 상황에선 그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꼽는 금과 미국 국채까지 팔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달러의 지위를 보장할 수 없죠.
주가도 하락하고, 환차손도 커지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증시가 폭락하면 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대금을 제때 내지 못해서 실행되는 반대매매 아니겠습니까?
반대매매 물량이 나오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텐데, 해외 주식도 염려가 되는데요?
<기자>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해온 것은 사실인데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해외 주식에 대해 신용융자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없습니다. 따라서 미수거래도 없고요.
다만 해외 주식 담보 대출은 가능하기 때문에 주식 평가액이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나올 수는 있겠죠.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