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신용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신용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시작한 경기 침체가 짧은 침체로 끝날지가 관건"이라며 "2분기에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진 추세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기 반등은 4분기로 늦춰질 것이며 신용 리스크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기업부채 리스크가 가시화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과거 금융위기 원인이었던 모기지 대출 관련 가계 부채와 비교했다.
연구원은 "과거 서브프라임 연계 부채담보증권(CDO) 부실 사태가 금융위기를 촉발했는데, 현재 대출채권담보증권(CLO)의 발행 규모가 금융위기 직전의 CDO 발행 규모보다 3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CLO는 신용이 낮은 기업들이 담보를 제공하고 받는 대출인 레버리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 고금리 상품으로, CDO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은 'B3' 신용등급의 차주 비중이 최근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과도한 CLO 발행에 따른 부작용"이라며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부실 기초자산이 편입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현재의 레버리지론은 과거의 서브프라임에 비해 부실 정도가 심하지 않다"며 "CDO는 기초자산에 파생상품을 포함해 손실을 확대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나 CLO에는 파생상품이 기초자산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레버리지론과 CLO 금액이 최근 급증했으나 유동성 리스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작고, CLO의 디폴트 비율은 현재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박 연구원은 또 국제유가 급락에 대해 "셰일 업체들이 손익분기점(BEP)을 유지할 수 있는 유가는 30달러 후반"이라며 "30달러 초반 또는 20달러대 유가가 계속되면 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도산 리스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밖의 다른 위험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길어지면 항공, 관광 등 소비 경기와 관련 업종들의 업황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며 "이는 동시에 각종 부채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