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로나19' 치명률 1% 육박…"중증환자에 집중할 때"

입력 2020-03-16 06:15
수정 2020-03-16 07:40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가 추세가 한풀 꺾였지만 연일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치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하루 수백명씩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접어들면서 중증 환자가 90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확진자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의 고령이란 점도 치명률을 높이는 요소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의 90%는 60세 이상 고령이었다.

16일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1일 0.4%대에 머물던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전날 0.9%를 넘어섰다.

치명률은 매일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1일 0.48%에서 2일 0.52%로 0.5%대에 진입했다. 4일에는 0.6%대, 6일 0.7%대, 12일 0.8%대를 넘어섰다. 15일에는 확진자 8천162명 가운데 75명이 사망해 치명률 0.92%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치명률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경북의 병상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현재 중증 이상인 환자도 적지 않아서다.

전날까지 산소치료 등을 받는 중증 환자는 27명, 인공호흡기를 착용했거나 인공 심폐 장치인 에크모(ECMO)를 쓰는 위중한 환자는 63명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센터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폐렴은 입원 후 평균 2주께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 약 보름 전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국내 치명률이 올라가도 이탈리아, 중국의 치명률처럼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앞으로의 상황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치명률을 낮추려면 대구·경북 지역 입원대기 수요를 해소하고, 경증환자보다는 중증환자에게 의료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초반 닷새 정도는 상태가 괜찮다가 이후에는 하루가 다르게 증상이 나빠지는 특징이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엿새째 호흡부전이 나타났다가 다음날 기도삽관을 하고, 그다음 날 사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초반에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별해 적절한 의료기관을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며 "코로나19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방어력을 갖출 때까지 버티도록 해야 하는데 의료자원을 중증환자에게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치명률을 관리하기 위해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중증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치료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내놨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적절히 병상을 배정하고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단 전문가들은 이런 환자 분류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현재 병원에 있는 경증 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기고, 중증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경증·중증 환자를 초기에 잘 분류해야 한다"며 "이미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증환자를 나가라고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병원에 있는 경증환자를 전원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러려면 전원 결정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와 이를 시행할 수 있는 행정력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이런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이상형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신경외과학 교수는 "중증환자를 치료하려면 의료 인력도 충분해야 한다"며 "감염병 환자는 간호사가 일대일로 돌봐야 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중환자실 인력을 줄여야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데 필요한 인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