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로나19 이후 코스피 11.5조 팔았다

입력 2020-03-13 19:38


9·11 테러 이후 18년 6개월 만에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매매 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된 13일 외국인 투자자가 하루에 1조2천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2008년 10월 이후 하루 최대 순매수를 기록하며 개인과 함께 증시의 '소방수'로 나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천39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9일 이후 나흘 만이다. 앞서 외국인은 9일 하루 만에 1조3천125억원어치(오후 6시 장 종료 기준)를 팔아치우며 일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외국인은 7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으며 7일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5조8천297억원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공포에 질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앞다퉈 투매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은 11조5천753억원으로 11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4천4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개인은 외국인과 반대로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7일간 누적 순매수 금액은 4조7천755억원으로 늘었고, 코로나19 이후 누적 순매수 금액은 13조4천898억원으로 13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빚이나 외상을 내서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로 인해 증시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이들이 산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직전 거래일인 1월 17일 당시 9조7천740억원에 그쳤던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2일 기준 10조260억원으로 늘었다. 위탁매매 미수금 역시 같은 기간 1천939억원에서 2천579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인데,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빚을 내 산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은 기관 역시 6천65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지탱했다. 장 초반 한때 3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던 기관은 오후 들어 완전히 '사자'로 돌아섰다.

특히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5천52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기관 매수세를 이끌었다. 이날 연기금의 하루 순매수 금액은 지난 2008년 10월 27일(5천397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로써 연기금은 지난 2일 이후 이날 장중까지 10거래일 연속 '사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수도 낙폭을 다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장중 한때 8% 넘게 내리면서 1,680까지 추락했던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89p(3.43%) 내린 1,771.44로 마감했다.

한편 외국인과 개인·기관이 주식을 대거 사고팔면서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이날 거래대금은 13조1천82억원으로 2018년 5월 31일(13조2천521억원)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